[뉴스토마토 윤성수기자] 수백억원의 회사자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는 최태원
SK(003600)그룹 회장에 대한 3차 공판에서 최 회장의 자금 횡령 개입 여부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간 팽팽한 공방이 벌어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이원범 부장판사) 심리로 22일 열린 공판에서 최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 김준홍 베넥스인베스트먼트(베넥스펀드)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서증조사가 진행됐다. 이날도 검찰과 최 회장측 변호인들의 법정공방은 뜨거웠다.
이번 공판의 쟁점은 창업투자사인 베넥스펀드에 투자된 SK그룹 계열사의 자금을 횡령하는 과정에 최 회장이 얼마나 개입했는지의 여부였다.
◇"자금 횡령에 최 회장 개입" VS "최 회장과 상관 없는 일"
검찰은 이날 베넥스펀드의 자금흐름 등을 추적한 관련문서를 통해 최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가 짙다고 주장했고, 변호인측은 "최 회장과는 무관한 일"이라며 팽팽하게 맞섰다.
검찰은 SK그룹 계열사에서 베넥스펀드에 자금이 유입되는 과정을 또 다시 지적하며, 베넥스펀드의 투자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점들을 재차 지적했다.
검찰은 "최 회장이 지난 2010년 6월 김 대표와 직접 독대하고, 다음달인 7월 베넥스펀드에서 500억원의 출자가 실제 이뤄졌다"며 "이번 베넥스펀드 출자 상황은 지난 2008년 최 회장의 계열사 펀드 조성 경위와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외에도 최 회장이 김 대표와 주요 계열사 대표 등을 만난 일정을 지적하며, 수백억원을 투자하면서 정상적인 사업 검토 없이 이뤄졌고 최종 결재 이전에 자금이 선지급됐다고 주장했다.
SK 변호인측은 최 회장의 개입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변호인측은 "일정표와 투자품위서만으로 검찰이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 "SK에서는 이미 예전부터 베넥스펀드 출자를 검토했었고, 최 회장이 이와 관련 주요 계열사와 베넥스 대표 등을 만나 회의하고 보고받는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변호인측은 또 "베넥스펀드가 메가박스 지분 인수에 실제로 참여했으며, 당시
SK텔레콤(017670)도 함께 메가박스 지분 인수를 검토했다"고 강조하면서 베넥스펀드가 최 회장의 횡령을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검찰의 주장에 응수했다.
변호인측은 또 "베넥스펀드는 SK그룹이 미래 사업을 위해 다양한 신 성장동력에 투자하기 위한 펀드"였다며 "최 회장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SK관제팀은 최 회장 자금 관리 부서?
검찰과 변호인측은 SK그룹내 '관제팀'의 역할을 두고도 설전을 벌였다.
검찰은 SK그룹내 조직도를 보여주며, '관제팀'이 최 회장의 재산을 관리하고 있다고 보고 있는 반면, 변호인측은 "관제팀은 그룹 재무팀 역할을 하고 있다"며 최 회장의 개인 재산이 아닌 공적인 재무와 관련된 일을 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이에 '관제팀장'으로 알려진 SK 재무실 소속 박모 팀장을 증인으로 불러 심문할 예정으로, 관제팀의 역할에 대한 논란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공판이 진행되는 동안 최 회장은 입을 꾹 다문채 담담하게 검찰과 변호인간 공방을 지켜봤다. 이날 공판에서 최 회장과 최 부회장은 특별히 말을 주고받거나 눈빛을 교환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날 오전 9시45분쯤 서울중앙지법에 출두한 최 회장은 재판과 관련된 언급 없이 곧바로 법정으로 향했다. 최 회장 등에 대한 다음 공판은 오는 29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