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현진기자] 검찰이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인멸 사건을 지난 16일 재수사하기로 결정했다.
검찰이 재수사를 결정하면서 세간의 시선은 모두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게 쏠렸다.
장 전 주무관이 "지난 2010년 7월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이 민간인 사찰을 맡은 점검1팀과 진경락 지원과장(구속기소)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없애라"고 지시했다고 폭로해 재수사에 단초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모든 이들의 시선이 장 전 주무관의 입에 쏠린 상황에서 장 전 주무관을 대신해 입을 대신한 것은 이재화 변호사.
뉴스토마토는 현재 민주통합당 MB비리특위 위원이기도 한 이재화 변호사와 지난 23일 전화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 "권재진 장관 있는 한 '윗선' 밝히기 어렵다"
▲장 전 주무관에 대한 두 차례 소환조사가 모두 끝났다. 장 전 주무관이 다시 검찰에 출석할 계획이 있나?
"현재 장 전 주무관이 알고 있고 경험한 것, 특히 청와대 지시로 사건을 축소하고 은폐한 사건과 관련해서는 검찰에서 모두 진술했다. 검찰이 장 전 주무관의 진술이 필요하면 우리는 언제든지 검찰에 가기로 했다. 검찰이 사건 관련자들을 소환조사하고 다시 장 전 주무관의 진술이 필요해 출석을 요청하면 우리는 언제든지 갈 생각이다"
▲장 전 주무관의 첫 소환 조사를 마치고 난 뒤 "검찰이 수사 의지가 있어보인다"는 소감을 밝혔다. 조사를 모두 마친 지금도 같은 생각인가?
"일선 검사들은 늘 수사의지가 있었다. 문제는 검찰 수뇌부다. 세간에는 이 사건 뒤에 청와대 비서관 그 이상의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들이 있다. 당시 민정수석(현 권재진 법무장관)과 언론에서 거론되는 비선라인의 몸통인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이나 이상득 의원까지 조사를 할 수 있을까. 현재 권 장관이 있는 한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언론에 발표가 되지 않은 녹취자료가 있는지?
"부분적으로 공개되지 않은 것들이 있긴 있다. 하지만 이미 공개됐던 것을 보강하는 수준이다. 기자들이 관심 가질만한 새로운 내용은 현재 없다"
▲검찰이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이인규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 등 관련자들의 자택 등 6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최종석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이나 이 비서관, 장석명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소환해서 제대로 조사할 것이라고 믿는다. 만약 꼬리자르기 수사나 형식적인 수사를 한다면 검찰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수사검사들의 의지를 믿는다"
◇ "차기 국회서 검찰개혁 이뤄내야"
▲장진수씨 사건처럼 언론의 주목을 많이 받는 재판을 많이 맡는 것 같다. 어떤 재판들을 맡으셨나?
"정봉주 BBK 사건, 김현미 의원의 뇌물 수수 사건, 한명숙 전 총리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민주당 이부영, 염동연, 이강철씨 사건, 최근에는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사건 등이 기억난다"
▲대검 중수부, 지검 특수부, 공안부가 익숙하겠다?
"그렇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특히 많이 했다"
▲이런 사건을 많이 맡게 된 계기가 뭔가?
"검찰 특수부, 공안부가 맡은 사건에서 무죄를 많이 이끌어냈다. 이후 아는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특히 민주당이나 참여정부쪽 사람들한테 내가 변론을 잘한다고 평가가 된 것 같다"
▲우리나라 검찰을 어떻게 평가하나?
"권력의 눈치를 너무 많이 보고 정치적 고려에 의해 수사에 착수하거나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최근 검찰의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건이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이다"
▲검찰에 '우선 기소해놓고 보자'는 실적주의가 만연한 까닭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검찰이 야당쪽 인사를 무리하게 기소하는 현상이 많이 나타난다. 특히 이 정부 들어와서는 여당 정치인에 대한 사건에서 꼬리자르기 수사, 은폐수사를 하고 있다. 정치적 입장에서 기소여부를 차별적으로 한다고 봐야한다.
특히 BBK 기획입국 사건 같은 경우가 전형적인 예다. 박근혜 현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나 새누리당 이혜훈 의원은 수사자체도 안했다. 이 분들이 사실에 근거 없는 발언을 한 것이 드러났고 정봉주 의원에 비하면 엄청난 흑색선전을 했는데 기소되지 않았다. 기소권을 정치적 이유로 남용을 하고 있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정치검찰'이 왜 생긴 것 같나?
"살아있는 정권에 아부하고 죽은 권력에는 날카로운 칼날을 들이대고 있는 것이다. 검찰 수뇌부 자체가 너무 정치적 고려를 많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가 생각하는 검찰 개혁의 방안은?
"기본적으로 정치적 사건이나 고위 공직자, 검사, 판사들이 연루된 사건은 분리를 해야 한다.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를 만들어 이와 같은 사건을 전담하도록 하고, 검찰은 통상적인 사건만을 수사해야 한다.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야된다. 검찰에 권력이 너무 집중되어 있다. 검찰 권력을 축소하고 경찰과 검찰이 서로 견제하도록 하지 않으면 권력이 바뀌더라도 검찰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19대 국회에서는 대검 중앙수사부가 폐지되고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가 신설되어야 한다"
◇ "비례대표 30번, 아쉽다"
▲말씀하신 것이 민주당의 정책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 시민단체들도 줄곧 주장해왔던 것이다. 사실은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에서도 굉장히 공감을 했었던 것이다. 특히 중수부폐지는 여야가 의견일치를 봤었던 것이다. 검찰의 방해공작으로 흐지부지됐다"
▲현재 민주당 MB비리특위 위원을 맡고 있다. 어떤 계기로 맡게 됐나?
"원래 민주당 소속으로 활동한지 한 10년 됐다. 민주당 추천으로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으로 2년간 활동했었다. 그 자리에 있으면 정치활동을 못해서 사임하고 민주당에 복당을 했다. 가장 심각한 것이 검찰 개혁이라고 봤다. 검찰이 특히 MB정부 친인척이나 측근들 비리에 대해서 제대로 진행을 못하고 있다.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 수사를 촉구하고 국민들에게 알리려고 한다. 박영선 의원과 함께 활동을 하고 있다"
▲민주당 비례대표 30번인 것으로 알고 있다. 당선가능성은?
"당선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봐야한다. 기대에 못 미쳤다. 좀 아쉽다고 본다. 30번은 가능성이 없는 번호다"
▲원래 전공은 뭔가? 행정법 서적을 많이 냈던데?
"내가 낸 책이 한 10년간 행시, 사시 공부하는 사람들의 필독서이기도 했다. 당시에는 행정소송도 많이 했다. 2002년 이후 정치인 사건을 많이 맡다보니 정치인, 민주당 관련 정치적 사건을 한 70여건 이상 맡아왔다"
▲앞으로의 계획은?
"사실상 국회로 입성하는 것은 힘들 것 같다. 민주당 비리특위 활동은 계속할 것 같고, 변호사 활동 열심히 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