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상품 배타적 사용권 '찬반'의견 들어보니

"소비자 피해 본다. 도입해야" VS "안된다. 과당경쟁 발생한다"
업계 자율적 규정..카드사들 합의가 관건

입력 : 2012-03-28 오후 2:45:20
[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현대카드와 삼성카드 간 상품베끼기 논쟁이 일고 있는 가운데 카드업계에도 '배타적 사용권'이 필요한 것 아니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다양한 카드상품에 대해 차별 기준을 설정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도입이 순조롭지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배타적 사용권은 신상품 개발회사의 선발이익 보호를 위해 경쟁사들이 일정 기한 동안 유사상품을 판매할 수 없도록 하는 독점적 판매권한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권에서는 3~6개월 간의 배타적 사용권을 인정하고 있지만 카드에 대해서는 배타적 사용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대카드가 지난 26일 삼성카드에 '상품베끼기'를 중단하라는 내용을 담은 공고문 보냄과 동시에 배타적 사용권의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했다.
 
그 동안 카드업계에는 배타적 사용권이 없었기 때문에 서로 상품을 베끼는 풍조가 만연했다는 얘기다.
 
◇"다양한 상품없어..소비자 피해" VS "과당경쟁 우려있어"
 
그러나 업계 내부에서도 배타적사용권에 대해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어, 도입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우선 배타적 사용권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상품베끼기 관행이 없어지지 않으면 상품 개발에 노력을 기울이는 회사도 피해지만 소비자에게까지 그 피해가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상품베끼기에 대한 규제가 없으면 어떤 회사에서 상품개발에 힘을 쏟겠냐"며 "결국 고객은 참신한 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의 다양성 차원에서 배타적 사용권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역시 "카드가 단순히 신용결제수단을 넘어 여러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서비스의 다양성 차원에서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배타적사용권 도입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카드사들의 과당경쟁을 억제하는 상황에서 자칫 배타적사용권이 상품개발을 부추겨 오히려 카드사 간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는 반대의견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는 카드상품들이 거의 비슷한 형태인데 배타적 사용권을 인정하게 되면 상품개발에 무리하게 비용을 들여 과당경쟁이 일어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대 6개월 간의 배타적 사용권을 가지고는 상품베끼기 풍조를 없애기는 힘들 것이란 의견도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배타적 사용권이 도입된다해도 6개월 후에는 상품표절에 대한 규제가 없어지기 때문에 한 회사가 차별화된 상품을 지속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타적 사용권 도입, "당장은 어려울 것"
 
따라서 배타적 사용권에 대한 필요성은 언급되고 있지만 당장 도입되기는 어렵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상품 특성상 다양하게 변화를 추구할 수 있기 때문에 배타적 사용권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며 "잣대를 마련한다고 해도 현대카드와 삼성카드가 현재 표절시비로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 도입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금감원 관계자 역시 "카드업계 차원에서 배타적 사용권 도입에 대해 검토할 필요성은 가지고 있지만 장단을 잘 따져봐야 한다"면서 "고객요구에 맞추다보면 상품을 개발하는 원리가 비슷해지기 쉽기 때문에 실효성이 있느냐의 판단도 중요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배타적 사용권은 업계에서 자율적으로 규정하는 사항으로, 법적 구속력은 없기 때문에 카드사들의 합의가 관건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이전에도 배타적 사용권을 둘러싼 의견은 많이 나왔지만 카드의 본질은 신용결제이기 때문에 부가서비스를 가지고 차등 기준을 정하지 못한다는 판단하에 무산됐다"며 "현대카드와 삼성카드로 인해 또 다시 배타적사용권이 수면 위로 올라왔지만 업계 당사자들이 도입에 대해 합의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임효정 기자
임효정기자의 다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