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위 신경전인줄 알았는데..현대-삼성카드 법적분쟁?

삼성카드에 상품 표절 말라 공문..답변 내용 따라 소송 진행
현대카드 "카드업계에도 배타적 사용권 부여해야" 주장

입력 : 2012-03-26 오전 11:32:14
[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현대카드와 삼성카드의 갈등이 순위 신경전을 넘어 법적분쟁으로 치달을 조짐이다.
 
현대카드는 삼성카드의 '상품 베끼기'에 대해 시정조치를 요구하고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소송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카드 "법정조치도" VS 삼성 "독창적 상품 아냐"
 
현대카드가 삼성카드 측에 기존 '제로카드'와 서비스내용이 같은 '삼성카드4'의 발급을 중단하고 앞으로 상품 표절을 하지 말라는 내용의 공고문을 26일 오전 중 발송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카드는 최근 삼성카드가 출시한 '삼성카드4'가 현대카드의 '제로카드'를 모방했다며 시정 조치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카드는 전월실적이나 한도 등의 조건 없이 0.7%를 할인해주는 '삼성카드4'를 이달 출시했다. 이 상품은 2~3개월 무이자 서비스를 제공하며 연회비는 5000원이다.
 
이 같은 내용의 서비스는 현대카드가 지난해 11월 선보인 '제로카드'와 동일하다. 현대카드에서 표절을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비단 '삼성카드4'만의 문제는 아니란 게 현대카드의 입장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지난 2005년 2월 현대카드에서 초우량고객(VVIP)카드인 '블랙'을 선보인 후 삼성카드에서 잇따라 서비스내용이나 모집방식이 비슷한 '라움카드'를 출시했다"며 "이 또한 상품베끼기의 한 사례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대카드는 삼성카드에서 지난해 내놓은 '숫자시리즈'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그는 "지난 2003년 5월 현대카드에서 'M카드'를 내놓으면서 숫자, 알파벳, 칼라를 통한 포트폴리오가 형성됐다"며 "삼성카드의 숫자시리즈도 이 중 하나의 큰 축을 모방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카드는 현대카드의 주장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포인트, 주유 서비스 등 카드사에서 제공하는 많은 서비스는 모두 비슷하다"며 "고객이 원하는 쪽으로 카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다보면 비슷할 수 있는 부분이 충분히 있는데 '모방'으로 몰아가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현대카드는 "삼성카드에서 성의있고 믿을 만한 답변이 온다면 법적분쟁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시한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삼성카드에서 답변오는대로 내용을 보고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일 경우) 소송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카드 "카드도 배타적 사용권 부여돼야"
 
현대카드는 이번 일을 계기로 카드업계에도 배타적 사용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타적 사용권은 신상품 개발회사의 선발이익 보호를 위해 경쟁사들이 일정 기한 동안 유사상품을 판매할 수 없도록 하는 독점적 판매권한이다.
 
현재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권에서는 3~6개월 간의 배타적 사용권을 인정하고 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현재 카드업계에는 특정상품이나 서비스를 내놔도 배타적 사용권이 없어 서로 베끼는 풍조가 만연하다"며 "이는 특정상품을 개발한 회사도 피해지만 결국 카드사들이 새로운 상품 개발을 시도하지 않아 소비자도 참신한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특허권도 아니고 3~6개월 독자 판매권을 가지는 것인데 이게 무슨 의미가 있냐"며 반대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금융당국 역시 카드업계에 배타적 사용권에 대한 인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반응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배타적사용권을 갖기 위해서는 서비스의 차별화가 중요한데 카드상품은 단순하고 원리가 비슷하기 때문에 필요성이 없었다"며 "실효성이 있느냐가 중요한 판단기준인데 아직 그에 대한 의사결정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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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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