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경미·황민규기자] “양극화 문제는 시장에 국한한 사안입니다. 시장의 실패 뒤에는 정부의 실패가 있습니다. 정부 실패 뒤에는 정치 실패가 있습니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대기업은 동반성장 흉내만 내고 관료들은 성과가 없다고 판명된 제도를 되풀이하고 있다”며 “양극화 해소와 동반성장은 대통령과 정부의 의지와 진정성에 달려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 위원장은 28일 서울 서초구 팔래스호텔에서 열린 제14차 동반성장위원회에서 대통령과 정부, 정치권을 향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아울러 위원장 직에서 사퇴할 뜻이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사퇴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기자 브리핑 때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기자 브리핑은 오전 9시로 예정돼 있다.
정 위원장은 지난 9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오찬에서 동반위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으나 의지대로 진행되지 않자, 서운한 마음을 드러낸 바 있다.
또 정치권에 대해서도 “최근 선관위에 제출한 정당별 주요 정책을 보면 우리 위원회가 심의 의결한 ‘협력이익배분제’에 대해 야3당은 물론, 조건부이긴 하나 여당도 찬성 입장을 표명했다”면서도 “정말 경제 민주화를 실천한 의지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 이익공유제를 제안하고 이것을 이루는데 1년 걸렸다”며 “온갖 수모와 우여곡절이 있었다”고 하소연했다.
이와 함께 이날 동반위가 발표를 예정한 동반성장지수에 대해 전경련 등 일부 대기업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서는 “잘하는 기업을 격려하고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뜻이지,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대기업 때리기나 줄세우기가 아니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정운찬 위원장은 지난 2010년 12월 초대 동반성장위원장으로 취임해 오는 12월까지 임기를 앞둔 상황이다. 그러나 위원장직을 사퇴함에 따라, 정부는 물론 정치권까지 비판의 수위를 높이며 대권 행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29일 서울 팔래스호텔에서 열린 제14차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인사말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