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빠진 동반위, 어디로?

정운찬 사퇴로 추진동력 상실 우려

입력 : 2012-03-29 오후 3:48:41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전격적으로 사퇴를 선언하면서, 앞으로 동반위의 사업들이 추진 동력을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동반위는 29일 제14차 동반성장위원회를 열어 ▲대기업에 대한 동반성장지수 운영방안 ▲유통·서비스 분야 중소기업적합업종 선정 방향 ▲중소기업 전문인력의 대기업 이동문제 개선 등을 위한 세부 운영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가장 뜨거운 관심사인 4월말 예정 동반성장지수 발표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결국 대기업 편의 봐주기로 전락하지 않겠냐"는 전망들을 하고 있다. 대기업의 적합업종 불이행, 골목상권 침해 등에 대한 동반성장지수 감점폭이 낮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욱이 정 위원장이 물러나고 차기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어서, 동반위의 활동이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 위원장은 이날 "더이상 자리를 지키는 것이 의미가 없다"며 동반위의 정책 실효성 부족 등을 이유로 사퇴했고, 위원인 곽수근 서울대 교수가 한시적으로 위원장직을 수행하기로 했다.  
 
◇'동반성장지수', 대기업 4단계로 순위 분류
 
먼저 동반위는 56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동반성장지수를 발표하겠다고 했으나, 순위 발표가 아닌 4단계 등급(최우수, 우수, 양호, 개선)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매출액 대비 상위 250개 대기업 가운데, 동반성장의 파급효과가 큰 21개사를 새롭게 추가해 대상을 모두 74개로 늘렸다.
 
새로 추가된 대기업에는 ▲전기·전자 분야에 웅진코웨이(021240), LS산전(010120), ▲기계·자동차·조선에 두산엔진(082740), STX(011810)중공업, ▲화학·비금속·금속에 제일모직, KCC(002380), LG하우시스(108670), LG생활건강(051900), ▲건설 부문에는 삼성엔지니어링(028050), 코오롱(002020)건설, 현대엠코, KCC건설(021320) ▲도소매·식품에 롯데쇼핑(023530)(백화점), 신세계(004170)(백화점), 현대백화점(069960), GS홈쇼핑(028150), CJ오쇼핑(035760), 현대홈쇼핑(057050), 롯데홈쇼핑, CJ제일제당(097950), 롯데제과(004990) ▲통신·정보서비스에 SK C&C(034730) 등이 포함됐다.
 
동반성장지수에 반영되는 '동반성장지수 체감도조사 가점'에 대한 후속조치도 마련됐다.
 
이번 회의에서 동반위는 ▲중소기업적합업종 이행(1.5점이내), ▲협력이익배분제(1.0점이내) ▲성과공유제(1.0점이내) ▲동반성장 투자 및 지원(1.5점이내) 등에 대한 배점 수준을 결정했다.
 
감점 대상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권고사항 불이행(진입, 확장 등 –2.5점 이내), 동반성장가이드라인 지침 미이행,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등 사회적 물의 야기시(–2.5점 이내) 등으로 확정했다.
 
◇학계·시민단체 '냉소적' 
 
이번 동반위의 발표에 대한 학계와 시민단체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우선 정운찬 위원장이 지난해 82개의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대한 모니터도 제대로 실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과제들을 제시하고 '사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무책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연합 경제정책부장은 "동반위의 업무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위원장직을 그만두는 것은 그동안의 활동이 정치 행보를 위한 치적쌓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기업의 업종 침해로 소상공인에 피해를 미친 기업에 '-2.5점' 수준의 감점 배점을 두는 동반성장지수의 산출방식 자체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시장은 자율적 규제를 주장하고, 정치권과 사회에서는 법적규제를 요구하고 있다"며 "동반위가 오히려 시장 편향적인 것 아니냐"며 "이런식이라면 다음 정권에서 동반위가 공중분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대기업들 "동반성장지수, 실효성 있나?"
 
동반성장지수 평가대상에 오른 대기업들은 또 그들대로 실효성없는 지수 발표가 무슨 의미가 있냐는 반응을 보였다. 
 
현대엠코 관계자는 "현재까지 동반위로부터 아무것도 통보받은 사실이 없다"며 "동반성장지수와 관련된 가점이나 감정 항목에 대해서도 준비 중이거나 계획 중인 사안이 없다"고 말했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동반위와 공정위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이행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조직을 하나 정도 운영할 계획은 있다"면서도 "동반성장지수와 관련해서는 특별히 논의되는 게 없다"고 밝혔다.
 
◇동반성장위원회가 29일 서울 팔래스호텔에서 제14차 동반성장위원회 본회의를 열었다.
 
뉴스토마토 황민규 기자 feis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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