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나래기자] 연초부터 '제2중동붐' 실현을 위한 해외건설 지원 방안을 내세웠던 정부가 4.11총선을 앞두고 관련업무에 손을 놓고 있어 건설업계의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뀌고 있다.
2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초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 주택 50만가구 건설 프로젝트 참여를 위한 사전 작업과 해외 프로젝트 수주를 위한 금융지원 방안 등을 활발히 논의하고 있다며 범정부적인 지원책들을 약속했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책 가시화로 그 성과가 곧 나타날 것이라는 업계의 기대와는 달리, 정부는 현재까지 구체적인 실행안을 마련하지 않는 것은 물론 장밋빛 청사진만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사우디 주택건설 사업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다음달 체결, 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국내 건설업체를 선정·발표한다고 했지만 정작 사업에 참여하는 시공사인 건설업체들은 모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가장 기본적인 시공사와의 참여의사를 비롯해 구체적인 사업일정 등의 프로젝트 내용에 대해서 업계와 논의·검토가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다.
이러한 상황은 카타르 국부펀드 투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정부는 투자형개발사업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만큼 카타르 자금이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 다음달 중으로 실무협의를 거쳐 카타르 국부펀드와 시범투자를 추진한다고 이달초 발표했다.
그러나 업계는 논의와 타진만 있을 뿐 구체적인 후속조치가 없다고 불만이다. 또 MOU를 체결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카타르 국부펀드의 투자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으며 사업 착수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지 모르기 때문에 속을 태우고 있다.
해외 투자사업의 경우 MOU를 체결하고도 사업추진까지 상당기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있으며, 특히 국내 건설사가 중동 측에 사업제안서를 제출했던 몇 사업도 아직까지 확답을 못 받은 경우가 있다는 것.
이에 대해 정부는 "4.11총선을 보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적극적으로 정책을 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사우디와 카타르의 MOU 체결 등의 구체적인 확답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는 섣불리 업체와 조율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우리측에서는 다음달 말 사우디 주택사업부 관계자가 한국을 방문해 직접 MOU를 체결하고 업체들과의 사업설명회를 갖는 것을 희망하고 있다"며 "현재 사우디 측에서 요구하는 서류를 모두 제출,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우디 측에서 요구하는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등 시공능력평가 100위권 업체 가운데 해외건설 경험이 많은 20개사를 염두해 두고 있으나 MOU 체결 전인 지금 상황에서는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정부가 리스크 분석없이 무분별하게 건설사를 내모는 것이 아니냐"며 "건설업체들이 선거철 실적 부풀리기의 들러리가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는 구체적인 실행안 마련과 함께 실제 해외 시장확대에 끼치는 영향 등을 철저하게 분석해야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정부가 목표한 올 해외건설수주액 인 700억달러 달성은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