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史 100년 미국을 가다)①게임 르네상스 시작됐다

미국 대법원, 게임을 '예술'로 인정
'잠재력 무한' 기능성 게임에 '날개'

입력 : 2012-04-02 오후 4:35:09
[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미국 게임 산업은 1910년대 핀볼 게임부터 시작된 후 100년이 넘었다. 그 동안 미국은 게임산업을 이끌었다. 1940년대 세계 최초로 상용화된 비디오 게임이 출시됐고, 1970년대 세계 최초의 콘솔 게임기가 출시됐다. 어려운 시기도 있었다. 1980년대부터 2000년 초반까지 미국은 게임 산업의 주도권을 일본에 뺏겼다. 온라인 게임 분야에서는 한국 게임사들에게 선두를 내줬다. 하지만 100년간 축적된 미국 게임 문화에는 게임 산업의 차이를 뒤엎을 저력이 있다.[편집자]
 
‘비디오 게임은 다양한 감정을 유발시킨다. 이는 비디오 게임이 예술이기 때문이다’
 
스미소니언 미국 예술관(Smithonian American Art Museum)의 ‘비디오 게임의 예술전(The Art of Video Games)’ 입구에 적혀 있는 문구다.
 
스미소니언 박물관은 세계 최고 박물관들 중 하나로 불릴 만큼 권위 있는 곳이다.
 
‘비디오 게임의 예술전’은 대형 박물관에서 비디오 게임을 예술 작품으로 전시한 최초의 행사다.
 
전시 작품은 후보작들 중 투표로 선정됐다.
 
‘팩맨’, ‘슈퍼마리오’, ‘원숭이섬의 비밀’, ‘미스트’, ‘플라워’ 등 5가지 게임이 새로운 상호작용 방식과 기술 진보를 보여준 게임으로 시연됐다.
 
또 ‘아타리’부터 ‘플레이스테이션3’까지 미국에서 출시된 20종의 콘솔 게임기와 80개 게임들이 전시됐다.
 
미국 대중들은 ‘비디오 게임의 예술전’에 큰 호응을 보냈다.
 
전시 첫 주말에만 2만2000명이 전시장을 방문해 스미소니언 박물관 사상 최다 주말 관람객 기록을 세웠다.
 
◇ 게임, 모든 예술 요소 결합된 현대 예술 
 
스미소니언 박물관이 바라본 게임은 기본적으로 영화, 연극, 에니메이션과 같은 형태의 예술이다.
 
게임 이용자는 게임을 하면서 이야기에 빠져든다.
 
이 과정에서 게임은 서사, 음악, 미술 등 기존 예술 장르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또 게임에서는 ‘상호작용’이 가능하면서, 기존 예술에서는 불가능한 새로운 표현이 가능해졌다.
 
엘리자베스 브루노 스미소니언 박물관 이사는 “게임 개발자는 다른 모든 예술가들처럼 세상을 창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게임은 완전히 새로운 수준의 표현을 만들어냈고 우리는 게임을 탐구하고 싶은 열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 미국, 법적으로 '게임은 예술' 인정
 
미국에서 게임은 법률적으로도 예술임을 인정받았다.
 
지난해 6월 미국 대법원은 폭력적인 내용의 비디오 게임을 미성년자들에게 팔지 못하도록 한 캘리포니아 주법을 위헌으로 판결했다.
 
대법원은 “비디오 게임은 캐릭터, 대화, 줄거리, 음악 등 문학적 장치를 통해 생각과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책, 영화, 연극과 같다”며 “예술과 문학에 대한 미적, 도덕적 판단은 개인에 의해 내려질 수 있을 뿐 정부가 결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법률적ㆍ학술적으로 게임이 예술임을 인정 받은 것에 미국 게임업계는 흥분하고 있다.
 
게임산업이 새로운 시대로 접어드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댄 휴잇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협회(ESA) 부회장은 “게임을 폄하하는 언론 등으로 인해 게임의 좋은 점을 알리기 어려웠다”며 “게임이 예술로 인정받으면서 교육, 의료 등에서 게임을 활용해 삶을 더 윤택하게 바꿔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새로운 방식으로 알릴 수 있게 됐다”고 기대했다.
 
◇ 미국, 게임 르네상스 시대 기대
 
미국 게임산업은 앞으로 성장 속도가 더 빨라 질 것으로 보인다.
 
게임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면 신규 이용자 유입은 증가하기 때문이다.
 
또 게임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지고 산업이 성장하면 우수한 인재들이 게임 산업에 유입되고 더 좋은 게임이 개발되는 선순환 효과도 발생한다.
 
기능성 게임 시장의 발화도 앞당겨 질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 의료 등에 쓰이는 기능성 게임 시장은 미국에서 2016년까지 3100억원 규모로 예상된다.
 
현재 미국 비디오ㆍ온라인 게임 시장 규모가 19조원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미약한 수준이다.
 
그러나 기능성 게임의 성장 가능성은 무한하다.
 
에릭 짐머맨 뉴욕대 게임센터 교수는 “게임은 앞으로 100년 동안 모든 문화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릭 교수는 “교육뿐 아니라 사람들간의 교류부터 정부 정책까지 현대의 모든 부분에서 상호작용이 중요해지고 있고, 게임은 상호작용에서 중심”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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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