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LG·대상, 각종 '꼼수'로 식자재 시장 잠식 지속"

동반위, 유통·서비스 적합업종 선정은 '감감 무소식'

입력 : 2012-04-04 오후 6:05:11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말로만 동반성장이지 대기업은 간판만 바꿔서 도매사업까지 치고 들어오는데, 유통업 적합업종 선정은 도대체 언제 되는겁니까?"
 
최근 식자재 도매시장에 진출해 프랜차이즈, 구내식당은 물론이고 시중에도 공급에 나선 CJ, LG, 대상 등의 유통 대기업들이 지역상인회 및 중소기업계의 반발에 부딪히자 각종 '꼼수'를 동원해 식자재 도매사업을 오히려 확장하고 있다.
 
특히 대상의 경우 도매업체를 자회사로 인수한 뒤 자사의 식자재 유통자회사인 '대상베스트코'가 아닌 업체의 기존 명칭을 사용하는 식으로 '이름 감추기'를 통해 지속적으로 도매시장에 손을 뻗고 있다.
 
실제로 대상은 지난해 3월 인천 소재의 '중부 식자재'라는 도매업체를 인수한 뒤 이름을 바꿔 베스트코로 입점시키려고 했지만 인근 상인들의 반발에 맞닥뜨린 바 있다. 이후 대상은 해당업체의 이름을 '달인 식자재'로 또 한번 바꿔 4일 개점했다.
 
달인 식자재 관계자는 "우리 매장은 대상 베스트코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개인 회사"라고 주장했지만, 취재 결과 달인 식자재의 현재 소유주는 기존에 입점하려고 했던 베스트코 점주와 친인척 관계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지난해 유통법 개정안이 통과된 이후 대형마트(SSM) 운영에 제약을 받게 된 대기업들은 이후 슈퍼형 편의점, 도소매 창고형 매장, 도매 온라인 몰 등 도소매 업종으로 눈길을 돌린 상태다.
 
이 가운데 특히 식자재 도소매 시장이 식품 대기업들의 타겟이 된 이유는 현재 식자재 시장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 10% 미만에 그치는 데다 연 1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 계열사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식당이나 구내식당 등에 식자재를 납품하다 외부 납품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양상은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사업(MRO)과 큰 차이가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CJ는 계열사인 CJ프레시웨이를 통해 2013년까지 수도권 4개, 지방 4개 등 총 8개의 거점 물류센터 설립을 목표로 서울, 광주, 대전 등에 CJ프레시원을 입점시킨 바 있다.
 
대상은 지난 2010년 식자재 유통회사인 대상베스트코를 설립한 뒤 안양, 대전, 인천, 청주, 원주 등에서 해당지역 식자재 유통업체를 인수하면서 식자재 도매업에 깊숙히 진입해 있다.
 
이처럼 대기업이 거대 자본과 대형 물류센터 등을 활용해 주변의 군소업체들보다 낮은 가격에 식자재 공급에 나서자 동네 식당들과의 거래가 끊긴 기존 납품업체들은 존폐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대형마트와 SSM으로 골목상권을 초토화시키더니 이제 설탕·고추장 등 식자재를 납품하는 밥그릇까지 빼앗고 있다”며 "지역 중소 도매업자들이 생존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렌데도 올해 중으로 예정된 유통·서비스업 적합업종 선정은 여전히 '감감 무소식'이다.
 
유통·서비스 분야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은 사실상 대기업들을 도소매 유통시장에서 철수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생계형 소상공인들이 기대고 있는 유일한 희망이다.
 
동반성장위원회 관계자는 "올해 내로 유통 분야에서 대기업의 소상공인 상권 침해를 다룰 계획이이긴 하지만 현재는 모니터링만 하고 있는 단계로 아직 언급하긴 이르다"고 밝혔다.
 
이동주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실장은 "작년에 동반위에 유통·서비스 분야 적합업종 선정에 대한 내용과 추진일정 등에 대한 정보요구, 면담 등을 요청했지만 아직도 무소식"이라며 "표준산업분류표에 근거해 생계형 소상공인이 집중돼 있는 도소매 유통업 등은 반드시 중소 적합업종으로 분류돼 법제화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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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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