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형주기자]
삼성전자(005930)의 과거 협력업체인 엔텍의 피해보상 시위가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연이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삼성이 결국 법적대응이라는 초강수 카드를 빼들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4일 "삼성이 엔텍의 경영난에 책임이 없음에도 이번 신라호텔 점거 시위처럼 사회적 논란을 야기할 것을 우려해 최대한의 관용과 아량을 베풀고자 했지만, 더이상의 위법행위에 대해선 강력한 법적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며 "모든 불법행위에 대한 민·형사상의 책임을 철저히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은 지난 2004년 당시 삼성광주전자 대리인이었던 옥석호씨와 여태순 엔텍 대표 등이 직접 작성한 합의서를 공개했다. 2000년 7월 냉장고용 모타 설비 매각,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공급계약과 일반 구매계약과 관련해 양사가 원만히 합의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삼성전자가 4일 공개한 2004년 12월 엔텍과의 합의내용 사실확인서.
합의사항은 삼성전자가 엔텍 대표와 임직원에게 4억5000만원을 지원하는 내용과 함께 ▲엔텍 측은 언론 등을 통해 허위 사실을 유포해 삼성의 명예를 훼손한 점에 대해 깊이 사죄하고 ▲본건과 관련한 모든 사항에 대해 외부에 공개·유포하지 않으며 ▲본건과 관련한 모든 사항에 대해 정부기관, 시민단체 등 제3자에게 일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 등을 포함한다.
이에 따르면 엔텍 측이 합의 내용을 준수하지 않는 경우 민·형사상의 모든 법적 책임을 부담하고 삼성전자로부터 지급받은 4억5000만원의 두 배인 9억원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합의서 1페이지에 여태순 대표 본인이 자필 서명한 서명과 도장이 날인돼 있고, 주민등록증 사본도 함께 첨부돼 있다"고 밝혔다.
◇합의서 1페이지. 문서 오른편 중간에 '여태순' 기명날인이 있다.
그는 "합의서 마지막장의 성명, 주소, 주민등록번호 등 기입은 당시 엔텍 정우홍 감사가 여태순 대표에 해당되는 내용까지 대리 기입했을 수 있지만, 실제 기입을 누가 했는지는 법적으로 전혀 중요한 사안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삼성과 엔텍 간 합의와 관련된 전 인원이 참석한 가운데 법률사무소 공증으로 '합의서 날인이 여태순 본인의 것이고, 주민등록증에 의해 본인이 틀림없음을 인정했다'고 돼 있어 논란의 여지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는 양사 합의가 이뤄진 뒤 3년여만에 여태순 대표가 "내가 합의 현장에 없었기 때문에 무효"라고 주장한 것에 반하는 내용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은 현재 채무 부존재 확인소송을 제기한 상태"라며 "엔텍 등은 신라호텔 무단 점거를 포함한 더이상의 불법행위를 즉각 중지하고, 만약 삼성에 요구사항이 있다면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요청해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여태순 대표는 이날 오후 신라호텔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삼성이 제시한 것과 전혀 다른 내용의 합의서를 통해 "삼성이 엔텍의 부도를 초래했고, 손해배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삼성은 "엔텍 측이 공개한 합의서 내용은 위조된 것"이라며 "(엔텍 관계자들이) 자신들의 의지를 관철시키기 위해 극단적인 수단까지 동원하며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