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손 안 대고 코 풀기'..자진신고제로 과징금 늘어

입력 : 2012-04-05 오후 9:59:04
[뉴스토마토 손지연기자] 앵커: 오늘 공정거래위원회가 2011년도 통계연보를 내놨는데요. 자세한 내용 취재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손지연 기자, 지난해 공정위 실적이 나온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오늘 발표한 통계연보에서 지난해 사건처리건수는 3879건, 과징금 부과금액은 6017억원이라고 밝혔습니다. 사건처리건수는 2010년보다 6.6% 증가했고, 과징금 부과액은 1.05% 소폭 감소했습니다.
 
앵커:과징금 부과액이 6000억여원인데...대부분 담합에 의한 과징금이라구요?
 
기자: 맞습니다. 총 과징금 6017억원 중 담합에 대한 과징금이 571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는데요. 특히, 지난 2년 연속 5000억원대의 담합 과징금이 부과됐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지난 2010년과 2011년에...최근 들어서 담합 과징금이 많이 부과된 건 어떻게 된 일입니까?
  
기자: 먼저, 그동안 담합 과징금액을 살펴보면, ▲2001년 277억원 ▲2002년 531억원 ▲2003년 1098억원 ▲2004년 291억원 ▲2005년 2493억원 ▲2006년 1105억원 ▲2007년 3070억원 ▲2008년 2057억원 ▲2009년 529억원 ▲2010년 5858억원 ▲2011년 5710억원으로 최근 2년간 과징금이 5000억원대로 훌쩍 뛰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유는 굵직한 카르텔 사건 때문인데요. 상대적으로 카르텔 사건에 대한 과징금 부과액수가 큰 영향도 있습니다.
 
공정위는 지난 2010년 E1, SK가스,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6개 LPG 수입·정유업체가 2003∼2008년 LPG 판매가격을 담합했다며 모두 668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이 가운데 SK에너지와 SK가스가 자진신고를 통해 총 2500억 원의 과징금을 감면받았는데요. 2010년에는 액화석유가스(LPG) 담합 사건 때문에 과징금액 컸구요.
  
지난해의 경우, 5개 석유제품 제조·판매 사업자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2548억원, 16개 생명보험 사업자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건 1178억원 등의 과징금이 부과됐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같은 카르텔 사건이 최근 들어 더 적발이 많이된 이유는 뭡니까?
  
기자: 바로 자진신고 감면제도 때문입니다. 리니언시 제도는 담합 행위를 자진해서 신고하면 과징금을 깎아주는 제도로 공정위는 담합 사실을 가장 먼저 신고한 기업에는 과징금 전액을, 2순위는 50%, 3순위는 30%의 과징금을 각각 감액해 주고 있습니다.
 
이 자진신고 감면제도가 2005년부터 시작돼 활성화되기 시작했는데요. 그동안 부과된 담합 과징금액을 다시 한번 자세히 살펴보면 2005년 이후부터 액수가 커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공정위가 설립된 1981년 이후 30여년 간 처리된 담합 사건 350여건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250여 건의 사건이 제도 시행 이후 지난 7년간 처리됐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지적이 나오는데요. 이 리니시언 제도 덕분에 공정위가 소위 말해 손 안대고 코푼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겁니다. 즉, 적발이 어렵다고 자진신고에 의존하는 것은 '경제검찰'로서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건데요. 공정위가 직접 발로 뛰어 조사에 나선 것이 아니라 업체들이 자진신고할 때까지 기다리는 일밖에 하지 않느냐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인 것이죠.
 
공정위는 최근에도 가격환원 등 위반행위를 자진 시정하는 업체에는 과징금 감경한도를 최대 50%까지 확대한다는 과징금 고시 개정안을 발표해서 과징금 감면을 남발한다는 비판과 함께 공정위 주도가 아닌 업체의 자진시정에 의존한다는 지적도 받았습니다.
 
앵커: 공정위측에서는 어떻게 이야기하나요? 
 
기자:공정위 관계자도 "최근 담합 적발과 과징금 액수가 늘어난 것은 자진신고 감면제도 덕분"이라고 인정했는데요. 공정위측은 "은밀하게 이뤄지는 담합의 특성상 내부 고발자가 없으면 적발하기 어렵다"며 "리니언시 도입 후 담합 적발이 크게 늘어난 것에 비춰보면 과징금 감면은 담합 적발과 예방에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만, 공정위가 여전히 업체에 의존한 리니언시 제도의 수혜를 입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최근 과징금이 많이 늘어났는데 이 금액에 대해서는 어떻게 처리가 되는건가요?
  
기자: 말씀하신 것처럼 상대적으로 과징금이 큰 카르텔 사건 적발이 늘어나면서 과징금의 용처에 대한 지적도 잇따르고 있는데요. 현재 과징금은 국고로 귀속돼 일반 재원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담합으로 인한 피해는 소비자가 고스란히 봤으니 가격 할인이라든지 담합 상승분 환원 같은 직접적인 혜택이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 있게끔 해야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위가 과징금 활용에 대해 관여할 범위는 아니지만 행정기관으로서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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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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