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주연기자] 불법대출모집인(브로커)이 개입돼 저신용자들에게도 대출을 해주는 속칭 '누구나 대출'이 향후 저축은행 부실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누구나 대출'은 체계적인 신용정보시스템이 구축되기 전인 10여년 전 캐피탈사나 저축은행이 주민등록증만 있으면 별다른 조건 없이 누구에게나 200만~300만원의 소액대출을 해주면서 이름이 붙여졌다.
하지만 1~2년 뒤 수백만명의 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를 양산한 카드사태가 벌어지면서 '누구나 대출'은 자취를 감추는 듯 했다.
그런데 지난해 대형 저축은행들의 연이은 영업정지 사태 등으로 저축은행 영업이 어려워지면서 불법 브로커가 개입된 '누구나 대출'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형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브로커를 통한 신용대출(누구나 대출)이 이뤄지고 있다.
'누구나 대출'은 주로 300만원 미만의 소액신용대출로, 브로커가 개인 소매금융 고객 정보를 저축은행에 제공하고 대출이 이뤄지면 브로커가 이자의 일정 부분을 수수료 명목으로 챙기는 방식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직접 영업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체를 확인하기 어렵지만 브로커를 통한 대출이 이뤄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계속 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적 압박에 시달리는 저축은행 영업직원들이 브로커까지 동원해 무리하게 영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누구나 대출 규모는 약 5000억원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며 "저축은행 업계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크지 않지만 대형 저축은행 영업정지 설이 나돌고 있어 앞으로 저축은행 영업이 더 어려워지게 되면 (누구나 대출이) 저축은행 부실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권에서는 누구나 대출이 주로 '대환대출'에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대환대출이란 신용불량자나 신용카드 대금 연체자 등이 금융기관에서 신규 대출을 받아 연체금을 갚는 것으로, 대환대출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저신용자들이다.
브로커들은 금융기관에서 한 번 이상 대출을 거절당했으나 여전히 대출이 필요한 저신용자들을 저축은행에 연결시켜주면 저축은행들은 실적을 올리기 위해 위험 부담을 안고 이들의 대출을 승인해주는 것이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환대출의 경우 이미 받은 대출을 변제하기 위한 것이므로 300만원 미만의 소액보다는 규모가 훨씬 큰 것으로 안다"며 "개인신용대출이 늘면서 분모가 커지다보니 연체율은 크게 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이지만 어느 시점에서 연체율이 갑자기 증가할지 모를 일"이라고 지적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6월말 기준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약 9조원에서 12월말 약 10조원으로 1조원 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300만원 미만의 소액신용대출은 8700억원에서 9700억원으로 1000억원 증가했다.
더불어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연체율은 6월말 10%에서 12월말 12.1%로 2.1%포인트 상승했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지난 2010년부터 차주의 채무상환능력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도록 하고 저축은행의 건전성을 강화토록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묻지마 대출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며 "저축은행들은 오히려 리스크 관리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