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정부가 태양광 분야 연구개발 투자 무게 중심을 결정형 전지에서 박막형 전지로 옮기기로 하면서 업계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폴리실리콘이 주재료인 결정형 태양전지가 전체 태양광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6%인데도 불구하고, 점유율이 미미한 박막형 전지 연구개발 투자에 집중키로 한 것에 대해 현실을 고려치 않은 투자 계획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태양광 산업의 정책 방향을 총괄하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이하 국과위)는 지난 6일 결정형 실리콘 분야의 연구개발 지원을 줄이는 대신 박막 분야의 투자 비중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결정형 태양전지를 생산하는 민간 기업들이 스스로 연구개발을 진행할 수 있을 만큼 산업이 성숙기에 접었다고 판단하고 미래 기술인 박막형 전지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태양광 시장의 주류가 여전히 결정형 태양전지인 점을 감안할 때 점유율이 극히 낮은 박막형 태양전지에 투자를 집중하기로 한 것은 현실을 외면한 정책 결정이라는 지적이다.
독일의 폴리실리콘 업체인 바커가 지난 2월 발표한 2011년 시장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결정형 태양전지의 점유율은 86%인 반면 구리·인듐·갈륨·셀레늄(CIGS)과 카드뮴텔루라이드(CdTe)를 포함한 박막형 태양전지는 9%대에 불과하다.
<자료 : 바커 >
또 시장조사업체인 솔라앤에너지의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세계 톱10 태양광 생산업체에 이름을 올린 박막형 태양전지 업체는 미국의 퍼스트 솔라 1곳 뿐이었다.
그밖에 선텍, JA솔라, 잉리 솔라, 트리나솔라 등 9개 업체들은 모두 결정형 태양전지 업체들이다. 결정형이 사실상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
국내에서도 박막형 태양전지 생산업체는 전무에 가깝다. 박막형 태양전지 제조업체인 알티솔라는 2010년 파산했고,
한국철강(104700)은 생산을 중단한 채 사업 매각을 추진 중이다.
현대중공업(009540)이 오는 11월부터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지만 시장 전망은 안갯속이다.
결정형 태양전지의 밸류 체인 가격 하락이 지속되면서 모듈이 점차 가격 경쟁력을 회복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이는 안그래도 점유율이 낮은 박막형 태양전지 시장에 또 다른 복병이 될 수 있다.
태양광 시장 조사기관 PV인사이트의 가격 정보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결정형 모듈의 가격은 0.87달러, 박막형은 0.74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각각 집계됐다.
겉으로는 결정형 모듈 값이 더 비싼 것처럼 보이지만 광효율면에서는 결정형이 18~19%로 13~14%인 박막형을 앞선다. 또 100와트(w)의 태양광 발전 가동시 박막형이 결정형에 비해 더 넓은 부지가 필요하고 패널 수 등도 많아야 하기 때문에 전체 설비를 놓고 봐도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기 힘든 상황이다.
이 때문에 태양광 업계에서는 정부의 박막형 태양전지 투자 확충안이 재고돼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박막형 태양전지 시장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면 반대하지 않겠지만, 결정질 제품의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80%의 시장을 두고, 10%도 안 되는 시장을 쫓는 것은 우매한 짓"이라고 비판했다.
한 태양광 관련 민간연구소장 역시 "박막형 전지는 적도 근방, 전기가 없는 오프 그리드(Off-grid) 지역 등 주요 시장과 거리가 먼 곳에서 수요가 발생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시장의 주류가 아닌 틈새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우리나라가 태양광 산업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고자 한다면 결정형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국과위는 지식경제부, 교육과학부 등과 논의를 거쳐 오는 7월에 내년도 태양광 분야의 연구개발 투자 금액을 최종 확정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