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19대 총선에서 지역구 7석, 비례대표 6석 등 13석을 획득해 제3당으로 도약한 통합진보당 지도부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심상정 공동대표와 노회찬 대변인은 국회 '취직'에 성공했으나 이정희·유시민 공동대표는 '백수'가 됐다.
심상정 대표는 11일 밤까지 당선 여부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고양덕양갑에서 손범규 새누리당 후보와 접전을 벌였다. 그는 12일 새벽이 되서야 당선이 확정됐다. 불과 170표 차이로 전국 최소였다.
반면에 노회찬 대변인은 다소 수월한 승리를 거뒀다. 서울 노원병에서 허준영 후보를 맞아 1만6000표 이상을 얻었다. 진보정당 최초 서울 국회의원 배출이라는 영예도 안았다.
심 대표와 노 대변인은 민주노동당 시절 17대 원내에서 독보적인 활약을 보여 이번 '재취업'에 당내는 물론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노 대변인은 12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4년 만에 국회에 돌아왔는데 어떤 분야에서 활동할 것이냐"고 묻자 "경제민주화, 그리고 사회양극화를 줄이는 것에 주안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노 대변인은 "분야도 굉장히 여러가지가 있기 때문에 특정한 상임위를 이야기하기는 조금 이르다"면서 "재경위를 원하냐"는 질문에는 "뭐 재경위 아니어도 괜찮다"고 대답했다.
당 안팎에서는 심 대표도 의정활동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심 대표는 통합진보당의 총선공약에서 경제분야 등을 담당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정희·유시민 공동대표는 19대 국회에서 볼 수 없게 됐다. 이 대표는 문자메시지 파동 여파로 자진해서 관악을 후보 등록을 포기했다. 유 대표는 비례대표 12번으로 나섰으나 6번까지 당선돼 원내 진출에 실패했다.
이정희 대표는 자신의 사퇴로 야권연대의 상징이 된 관악을에서 이상규 후보의 당선에 집중했고, 이 후보는 결국 오신환 새누리당 후보와 무소속 김희철 의원과의 3파전에서 이겨 당선됐다.
유시민 대표는 통합진보당이 지역구에서 10석 내외를 거둘 것으로 예상되자 자진해서 비례 12번에 지원했다. 통합진보당의 원내교섭단체 구성이라는 목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배수의 진'이었다.
12번이 당선되려면 정당지지율 20%가 필요한데 자신이 후방에 배치됨으로써 당 지지율 제고를 꾀한 것이다. 결국 총선 전 지지율이 5% 내외였던 통합진보당은 10.3%의 정당지지율을 기록했다.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은 이 대표와 유 대표가 국회에 '취직'하지 못한 것은 통합진보당으로서도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다. 특히 이 대표는 초선에 비례대표 여성의원임에도 불구하고 국회와 현장을 종횡무진하며 대중들의 큰 사랑을 받아왔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다음 재보궐 선거의 상징적 지역에 유력한 야권후보로 나설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관악을 사퇴로 야권연대를 봉합한 이 대표이기에 민주당에서도 받지 않을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당선자 79명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어 이러한 전망을 가능케 한다.
유 대표의 경우는 심 대표가 당선된 고양덕양갑에서 재선에 성공한 바 있고, 참여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도 역임해 재보선에 나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본인 스스로도 비례후보자 방송연설에서 "진보정당의 제3세력화 외에 개인적으로 더 무엇이 되고 싶은 욕망은 없다"고 밝힌 상태다.
이 대표와 유 대표는 5월에 치러지는 통합진보당의 새 대표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기도 하다. 통합진보당은 지난해 12월 출범하면서 총선까지는 공동대표단으로 대표되는 과도기 체제에 합의한 바 있다. 민노당·참여당·통합연대 세 정파를 안배하기 위해서다.
재보선이 금방 열리기는 힘들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대표와 유 대표가 차기 당권을 놓고 격돌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때는 원내에 진입한 심상정 대표와 노회찬 대변인의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