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형주기자] 삼성과 CJ그룹 간 상속분쟁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형제들과 벌이고 있는 재산상속 소송에 대해 처음 입을 열면서 타협의 여지가 없다고 못박았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17일 오전 6시40분쯤 삼성 서초사옥에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소송은) 이미 끝난 일"이라며 "지금으로선 한 푼도 내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CJ 측과 끝까지 (맞)고소하고 대법원이 아니라 헌법재판소라도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산 문제는 선대 회장 때 이미 정리된 것이란 얘기다. 이 회장은 "삼성이 너무 크다보니 (CJ 측이) 욕심을 내서 소송을 하게 된 것 같다"고도 말했다.
현재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남이자 이건희 회장의 친형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은 이 회장을 상대로 7100억원대의 유산 일부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여기에 이 회장의 누나 이숙희씨, 둘째 형인 故 이창희 전 새한미디어 회장의 며느리와 자녀들까지 소송전에 가세하며 상속재산 분쟁이 확전 양상을 띠었다.
업계 일각에선 이건희 회장과 삼성이 CJ 측과의 소송전에 앞서 화해를 시도할 가능성도 거론돼 왔으나 이 회장의 이날 강경 발언으로 볼 때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이 지난달 6명의 변호인단을 구성했을 때부터 이미 CJ 측과의 합의 가능성은 물 건너 간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이맹희씨의 법률대리인 화우를 상대로 다소 약한 라인업이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지만, 이 회장의 입장은 처음부터 '한푼도 못준다', '끝까지 간다'였다"고 전했다.
한편 이 회장은 이날 삼성의 윤리경영 문제에 대해 "아직 고칠 것이 많다"며 "늘 새롭게 보고 크게 보고 앞을 보고 깊이 보고, 이를 중심으로 사물을 분석하는 버릇을 들여야 한다고 맨날 회의 때마다 똑같은 소리를 떠든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 회장의 잇단 새벽출근에 대해 최근 삼성 내외에서 불거지고 있는 윤리경영 부재 문제와 관련, 헤이해진 조직 기강을 바로잡기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