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프로그램 외주 제작업체 D사는 방송사로부터 프로그램에 A급 연예인들을 출연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A급 연예인들을 섭외하려면 제작 비용이 급증한다.
반면 방송국으로부터 받는 편당 제작 지원비는 그대로다.
그러나 방송사의 지시를 거부하면 D사는 사업을 포기해야 한다.
결국 D사는 늘어난 제작비 만큼 간접광고(PPL)를 강화하고, 프로그램 내용도 PPL을 많이 할 수 있도록 수정했다.
17일 ‘콘텐츠 글로벌 경쟁력 강화방안’ 발표장에서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9개 국가에서 한 설문조사에서 60% 이상이 한류가 4~5년 뒤 끝날 것이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한류 성장이 멈출 것으로 보는 이유에 대해 해외 팬들의 20%는 ‘한류 콘텐츠의 획일성’을 지적했다.
17.6%는 ‘지나친 상업성’, 15.4%는 ‘너무 한국적’, 10.7%는 ‘과도한 공급량’, 10.5%는 ‘타 문화와 유사’, 9.7%는 ‘지나친 자극성’을 꼽았다.
문광부는 “과거 홍콩영화 사례를 보듯 다양성이 낮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콘텐츠는 세계인의 관심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며 “한류의 지속과 파급효과를 높이기 위해 콘텐츠 경쟁력 제고와 공생발전 환경 조성을 위한 방안을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문광부가 내놓은 방안이 한류 콘텐츠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콘텐츠 산업 현장은 의구심을 나타냈다.
◇ 한류 획일화ㆍ상업화..콘텐츠 산업 구조적 문제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콘텐츠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한류 콘텐츠의 획일화와 상업화가 심해졌다고 지적한다.
대표적인 예가 드라마다.
방송사들은 외주 제작사에 드라마 제작 비용으로 실제 제작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돈을 지불하고 있다.
외주 제작사들은 수출을 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상태다.
결국 해외 수출이 잘 될 수 있도록 유명 한류 연예인이 나오고 인기가 검증된 스토리의 드라마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획일화를 막기 위해 문광부는 “가이드라인 보급과 표준계약서 등에 대한 자율준수 평가제를 도입하고 인센티브를 줘 불공정 거래 행위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효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방송사, 대형 영화사, 대형 연예기획사들은 문광부의 지원없이 자체적으로 성장한 면이 있다"며 "이 때문에 문광부의 영향력은 콘텐츠 산업의 ‘갑’들에게 제한적이고, 문광부의 정책이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문광부는 영화제작인들의 불공정한 처우 문제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때마다 영화산업에 표준계약서를 도입한다고 발표지만, 여전히 영화산업에서 표준계약서는 정착되지 않았다.
◇ 문광부 지원, '수박 겉핥기' 머물러
문광부는 7300억원 규모의 투자 펀드를 신설해 다양한 콘텐츠 제작을 지원할 계획이다.
한 전문가는 “실패 위험이 높은 콘텐츠 산업에 투자하는 투자하는 기관ㆍ회사들은 1%라도 성공 확률이 높은 쪽에 투자한다”며 “투자금은 결국 ‘검증된 배우’와 ‘검증된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영화, 드라마로 몰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광부는 또 ‘스토리 창조원’을 설립하고 스토리 공모전을 여는 등 새로운 이야기를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출이 안되면 제작사가 망할 수 밖에 없는 구조에서 '좋은 스토리'가 영화ㆍ드라마 등으로 제작될 가능성은 낮다.
콘텐츠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으면, 문광부의 콘텐츠 경쟁력 강화 방안은 효과가 감소할 것으로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