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정부가 고유가 대책을 발표하면서 삼성의 정유업 진출이 기정사실화되고 있지만, 정작 삼성은 "과장된 얘기"라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19일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석유제품시장 경쟁 촉진 및 유통구조 개선 방안’에 대해 “정유사업이나 유통시장 진출은 전혀 계획된 바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정부의 바람이 확대된 측면이 있다”면서 “삼성토탈도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곧 입장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석유공사에 공급하는 제품은 석유화학 과정에서 발생한 부산물”이라며 “완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공급가를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석유공사는 추가 정제를 통해 소비자에게 완제품을 전달하게 된다. 그는 이어 “알뜰주유소가 국민 이익을 고려해 진행되는 정부 사업이기 때문에 참여하는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알뜰주유소 활성화를 위해 기여는 하겠지만, 이를 정유업 진출이나 '삼성주유소' 설립 같은 유통업 진출로 받아들이는 것은 지나치다는 얘기다.
정부가 이날 삼성토탈이 기름 생산을 늘려 석유공사에 공급함으로써 SK에너지,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 기존 정유 4사가 독점하다시피 한 시장구조를 경쟁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것과 뉘앙스 차이가 크다.
하지만 정부 발표가 전해지자 기존 정유사들은 비상이 걸렸다.
'절대 강자' 삼성이 정부 지원에 힘입어 국내시장에 진출하기 때문이다. 비록 공급 물량이 월 국내 소비량(550만 배럴)의 2.3%에 불과하지만, 설비투자 등 삼성의 막대한 자본력이 뒷받침될 경우 시장 판도 자체가 급변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특히 삼성이 내수시장 진출을 계기로 유통시장으로까지 보폭을 넓힐 경우를 상정하면 우려는 더욱 커지게 된다. '삼성주유소'까지 들어선다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삼성토탈의 물량 자체가 미미해 큰 의미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삼성'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만큼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