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서울시가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조례’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며 출구전략에 대한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냈다. 이번 개정안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서울시의 행보를 감안했을 때 비교적 안정적인 출구전략을 구사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연전히 명확하지 않은 기준에 주민간 갈등은 여전히 불씨로 남아 우려를 낳고 있다.
◇명확하지 않는 기준에 주민 갈등만 깊어질 것
개정안에 비용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도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추진위원회나 조합이 해산될 경우 정비업체, 법무사, 변호사 등 협력업체에 지불해야하는 비용은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에 대한 책임 소재가 정해지지 않았다.
리웍스리포트 신대성 국장은 “보통 협력업체에 대한 비용 지불은 사업시행인가가 끝나고 시공사 선정과정에서 지불을 약정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데 추진위나 조합이 변경되면 사업단이 새로 구성되는데 그 때까지의 비용은 누가 지불할 것이냐”며 지적했다.
뉴타운 현장 건설관계자는 방향을 잡을 수 없는 서울시의 방침에 일격을 가했다. 'H'건설 관계자는 “반대하는 주민 의견도 좋지만 찬성하는 주민에게 피해가가지는 않을지 우려된다”며 “무분별한 뉴타운 난발 속에서 일관성있는 정책이 아니라 그때 그때 방향이 바뀌면 장기적으로 도시슬럼화나 공급부족이 우려된다”
주민간의 갈등 심화로 사업이 장기화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법무법인 가우의 이경환 변호사는 "조합·추진위 해산 조건을 주민 과반수 이상으로 완화하면 힘의 균형이 비슷한 사업장은 다툼이 생길 수 밖에 없다”라며 “다툼이 법정으로까지 넘어간다면 사업은 장기화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예상보다 출구전략 수위 낮다"
일부 전문가들은 서울시의 지금까지의 행보로 봤을 때 예상보다 낮은 수위의 출구전략이라고 이번 개정안을 평가했다.
도정법에 따르면 완화되는 용적률 중 소형주택 건설비율은 최소 50%에서 최대 75%까지 정할 수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재건축과의 형평성을 들며 최소 기준인 50%까지 임대주택이나 장기전세주택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했다.
주택산업연구원 김덕례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서울시의 행보로 봤을 때 도정법에 정한 최고 순준까지 강화할 것으로 보였지만 최소 기준에 맞췄다”며 “재건축과 다르게 재개발 사업지에는 영세세입자가 더 많다는 점을 감안하며 임대주택 비율을 더 높일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또 김 연구위원은 “다만 다가구 거주자 등 비교적 소득이 적은 지역에서 약자인 세입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영세 소유자에 대한 보호책이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