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가격이 오르는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더 이상 이자라도 내지 않게 집을 팔고 싶지만 보러 오는 사람이 없다. 내 소유 집(서울 고덕동)이 있지만 이자 감당이 힘들어 용인에서 전세로 살고 있다”
“전셋값이 안 오르면 전세난이 안정된 것인가, 이미 오를대로 올라서 애들 학교나 직장에서 조금이라도 가까운 집은 꿈에서나 볼 수 있다. 경기도나 인천 끝자락이나 알아 볼 수 밖에 없다. 도대체 국가의 부동산 관리 수장인 국토해양부 장관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수도권 부동산 시장 침체가 극에 달하자 건설·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국토해양부 장관에 대한 원망만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부동산침체기 국토부 장관이 시장에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어 보인다.
◇할 수 있는 건 다했는데 시장은 침체일로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서울 아파트 거래건수는 총 8839건으로 실거래가가 공개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가장 적다. 지난 해 같은 기간(1만8571건)에 비해 52.4%나 줄었으며, 금융 위기가 본격화됐던 2009년(1만2039건)과 비교해도 26% 감소했다.
거래 감소는 당연히 가격 하락을 불러왔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값은 최근 1년 사이 0.9% 떨어졌다. 지역별로는 서울 -1.6%(강남3구-2.1%), 인천 -2.9%, 경기 -0.1%를 기록했다.
반면 전세값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아파트 전셋값은 수도권 7.1%(서울 7.5%), 전국 9.7% 올랐다. 전 지역이 역대 최고치 전셋값으로 올라섰다.
매매 거래 실종에 가격 하락, 전세가 급등까지 겹치자 건설·부동산을 책임지는 국토해양부에 대한 불만만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토해양부 장관이 할 수 있는 것은 더이상 없어 보인다. 경희대 이성근 교수는 “국토부에서 직권으로 풀 수 있는 규제는 각 종 부동산대책을 통해 거의 완화됐다고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주택 전매제한기간을 1~3년으로 완화하고, 9년 만에 마지막 투기과열지구인 강남3구를 해제하는 등 지난 해만 총 6번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오피스텔의 임대사업도 허락했다.
또 분양가상한제 폐지는 성사되지 못했지만 손 댈 수 있는 거의 모든 부분을 풀었다. 국토부는 지난 3월9일부로 ▲공공택지 선납대금 기간이자 인정법위 현실화 ▲분양가 공시항목 축소 ▲건축비 가산비 추가 인정 ▲추가선택품목 인정대상 확대 등 ‘공동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을 일부개정했다.
◇부동산 시장, 국토부 아닌 재정부와 국회가 결정
수도권 부동산 시장 불황이 장기화되자 국토부는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시장 살리기에 나섰지만 부동산 시장이 가장 원하는 바는 국토부의 손을 떠나 있는 상태다.
시장이 기대하는 규제 개선은 ▲DTI규제 완화 혹은 폐지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 ▲분양가상한제 폐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폐지 등이다.
하지만 DTI규제는 금융 규제로서 주무관청은 국토해양부가 아닌 기획재정부이다. 투기지역 역시 지정은 소득법에 따른 규제로 국토부 장관이 요청할 수 있지만 해제는 기획재정부에 달려있다.
분양가 상한제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완전폐지는 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항으로 입법 기관인 국회가 결정한다. 여당은 18대 마지막 임시국회를 열고 양도세 중과세 완전 폐지를 통과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부자 감세를 반대하는 야당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 통과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