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형주기자] 이건희
삼성전자(005930) 회장의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세종의 윤재윤 변호사는 유산분쟁 관련해 조만간 준비서면을 내고 본격적인 법적절차에 돌입할 것을 예고했다.
삼성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의 장남 맹희씨와 차녀 숙희씨가 23일 이 회장의 최근 강경발언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쾌한 심경을 드러낸 데 따른 것이다.
윤 변호사는 이날 맹희씨 입장발표 직후 "장외에서 왈과불가할 사안이 아니다"며 "육성녹음까지 배포한 것은 이례적이지만, (그 내용은) 이맹희씨 자서전에 다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달 안에 준비서면을 법원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맹희씨 측이 의도한 여론전에 휘말리지 않고 법적 대응으로 일관하겠다는 의미다.
윤 변호사는 "소송 당사자들이 있지만 조정 같은 것은 생각 안하고, 우리는 끝까지 가는 것으로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회장은 삼성을 일류 기업으로 키우기 위해 전념하고 있다"며 "지난주 발언 역시 그 연장선에서 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앞서 이건희 회장은 17일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끝까지 고소하고 대법원이 아니라 헌법재판소라도 갈 것"이라며 "지금으로서는 한 푼도 내줄 수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이에 맹희씨는 이날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를 통해 "건희는 현재까지 형제지간에 불화만 가중시켜 왔고, 늘 자기 욕심만 챙겨왔다. 한 푼도 안주겠다는, 그런 탐욕이 소송을 초래한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이 회장 발언에 대해 "어린애 같다"고도 했다.
누나인 숙희씨도 "이 회장의 '수준 이하의 자연인' 발언에 분개했다"며 "나는 이 회장의 재산을 빼앗으려고 하는 게 아니다. 이 회장이 25년간 숨겨왔던 내 재산을 되찾으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업계에선 맹희·숙희씨가 이 회장 발언에 대응한 시점에 의문을 표한다. 화우가 두 사람의 인터뷰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낸 시점이 다분히 전략적이고 의도적이란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화우의 소송전략은 삼성가 소송이 법리싸움으로 가기보다는 계속 이슈화해서 이 회장 측이 부담을 갖고 합의에 이르도록 하는 것"이라며 "그것이 바로 화우에서 매주, 그것도 조용해질 만하면 사건을 터뜨리는 이유"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맹희씨 측이) 순수한 의도로 대응하는 것이었다면 이 회장 발언이 있었던 화요일 오후나 수요일쯤 자료가 나왔어야 타당하다"며 "어떻게든 법원이 강제 합의 명령을 내리도록 유도하는 게 화우의 또 다른 전략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