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혜실기자] 국내 시중은행장들은 대외 행보가 아닌 내부 직원들과의 대화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리더십을 발휘할까.
수평적인 관계에서의 소통(서진원 행장)을 중요시하는 가 하면, '행장의 말=법(이순우 행장)'이란 공식이 성립될 정도로 강력한 리더십을 보이는 행장도 있다.
'나를 따르라(김종준 행장)'는 짧고 강한 메시지의 장군형 스타일로 직원들을 리더하거나, 현 상황을 정확히 제시하고 현명한 답을 찾게 하는 현실적 스타일(민병덕 행장)도 눈에 띈다.
정답은 없지만 행장의 리더십 스타일이 은행의 수익과 문화형성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항상 화제다.
◇서진원, '소통·따뜻·행복' 강조
24일 업계에 따르면 서진원 신한은행장은 인트라넷에 있는 직원들과의 소통창구 '광장2.0'을 통해 주기적으로 대화한다. 수평적인 관계를 강조하며 모든 직원들이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직원들이 올리는 개선사항, 업무제안 등 각종 글에 댓글을 직접 입력하기도 하고 필요한 경우 행장이 직접 글을 올리기도 한다. 한달에 한두번 조회사가 전부인 다른 은행장들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서 행장은 조회사에서도 업무적인 부분 보다는 소통과 화합을 강조한다. 조회사 내내 '소통', '열린 공동체', '행복', '고객과 따뜻함을 함께 나누는 은행', '따뜻한 금융', '감성 공동체' 등의 감성적 표현을 거듭 반복한다.
신한은행 한 직원은 "행장이 바쁜 일정에도 직원들과 소통을 통해 친밀도를 높이고 있어 직원들의 호감도가 높다"면서도 "행장 말씀을 통해 뚜렷한 핵심이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순우, 분명하고 구체적 대화법
서 행장이 문턱을 낮춰 직원들이 친구같은 행장의 모습이라면, 우리은행은 이순우 행장의 말은 곧 법이라고 여길 정도로 강력한 카리스마를 자랑한다.
분명하고 구체적인 대화법 때문에 이 행장이 입을 열면 언급된 부분과 관련된 해당 부서들은 야근을 면치 못한다는 게 직원들의 전언이다.
이 행장은 조회사를 영업우수사례 소개로 시작한다. 칭찬 후에는 칼날 같은 비판도 잇따른다.
부서별로 구체적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이번달 조회사에서도 "연수 콘텐츠에 대해 고민해라", "성과 보상 체계 고민해라", "창구운영방식, 외환 BPR제도 개선해라", "기존 고객관리 철저히해라", "홍보 신경써라" 등 부서별 주문을 쏟아냈다.
해당 부서들은 행장이 지적한 문제에 대한 현황과 개선방안 등에 대해 즉각적으로 보고서를 올렸다는 후문이다.
◇김종준 '나를 따르라'형
지난 3월 취임한 김종준 하나은행장은 아직 많은 언급을 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행장들과 달리 '짧고 강한 메시지'가 특징이다.
특히 '나를 따르라'와 같은 강력한 표현이 인상적이다. 취임 초다 보니 직원들의 신뢰를 구하는 데 비중을 두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 행장은 취임사에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사례를 들며 '계속 전진'을 외치며 "저를 믿고 따라와 달라"라고 말했다. 이번달 조회사에서는 "저는 여러분의 저력을 믿습니다. 여러분도 저를 믿고 함께 나아갑시다"라고 외쳤다.
특히 유명인의 사례를 들어 설득하는 표현법을 선호한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사례 외에도 '준비-발사-조준' 순의 실천중심 사고방식을 강조한 경영학 석학 톰 피터스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민병덕, 위기 상황 강조해 업무 대응 강화
금융업계의 위기이자 기회라는 말이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민병덕 KB국민은행장의 현실 강조는 가슴에 와 닿는다.
민 행장은 있는 그대로의 현 상황을 언급하고 발빠른 대응이 필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다른 행장들이 인지하면서도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민 행장은 이번달 조회사에서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농협의 지주 전환, 산업 및 기업은행의 리테일부문 강화 등은 은행권의 경쟁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어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과 더 나은 역량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 행장은 "극심한 경쟁속에서 자칫 가격과 서비스 경쟁에 몰두해 출혈경쟁에만 집착할 경우 수익창출력이 저하될 수 있다"며 "리스크 관리, 미래성장동력 발굴 등을 통해 지속성장을 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은행입장에서는 지주사 회장이 공식석상에서 하는 말 보다 행장이 직원들에게 하는 말 한마디가 더 중요하다"며 "행장마다 소통 스타일은 다르겠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내포돼 있어 관심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