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의 사법처리가 가시화되면서 사진 한장이 새삼 화제다.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사건에서 중개인 역할을 한 이동율(61·구속)씨의 전 운전기사 최모씨가 최 전 위원장에게 내용증명 우편을 통해 보낸 사진이다.
최씨는 이 사진을 들이대면서 돈 받은 사실을 폭로하겠다며 최 전 위원장을 협박했다. 시기는 지난해 12월이다.
애초에는 이 사진이 최 전 위원장이 거액의 현금이 담긴 보자기를 받는 장면을 포착했다고 알려졌었다.
'현직 대통령의 멘토'로 절대 권력을 누리던 최 전 위원장은 이 사진을 받고 최씨에게 덜컥 2억원을 내줬고, 그 직후인 지난 1월 방통위원장직에서 갑작스레 물러난다.
당시에는 최측근이었던 정용욱 전 보좌관의 비리와, 국회의원을 상대로 한 돈봉투 살포 의혹 등이 직접적인 이유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협박 사진도 한몫을 한 것 아닌가 하는 추측도 나온다.
검찰은 그동안 최 전 위원장을 협박한 사진의 존재나 내용에 대해 이렇다할 설명을 하지 않아왔다.
공갈죄로 구속된 운전기사 최씨의 혐의도 최 전 위원장 관련이 아니라 이정배 대표와 브로커 이동률씨를 상대로 9천만원을 뜯어낸 것 뿐이었다.
그러던 검찰이 26일 처음으로 사진의 존재를 언급했다.
검찰 관계자는 "사진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언론에 알려진 것과 같이 인물이 나오는 것도, 보자기가 나오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기자들이 "그럼 돈다발을 찍은 사진이냐"고 묻자 "노코멘트"라고 답했다. 존재 자체는 확인해주면서 그 실체는 속시원히 밝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금은 말해줄 수 없고 때가 되면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이런 단서들만으로 추정해보면 이 사진은 인물들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이 전 대표가 브로커를 통해 최 전 위원장에게 보낸 자금이라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결정적 단서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검찰이 거침없이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최 전 위원장 등에 대한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배경에는 이 사진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추론할 수 있다.
여러 모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문제의 사진은 최 전 위원장 등 관련자들이 재판에 넘겨진 후에나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