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고집이 참으로 대단하다.
박재완 장관은 지난해 7월부터 내수 활성화와 자기 계발 등을 이유로 오전 8시 출근, 오후 5시에 퇴근하는 '8-5제'를 주장해왔다. 박 장관은 유연근무제를 신청해 실천에 옮기는 '1호 유연근무 장관'을 자처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행 초 재정부 공무원 920명 중 10% 남짓의 공무원들만 동참하는 등 참여율이 저조했다. 이마저도 1급과 비서진 등 고위공무원 위주였고 과장급이나 사무관의 참여는 미미했다.
야근이 잦고 다른 부처와 업무 연관성이 큰 부서의 경우 한 시간 더 빨리 출근하고 퇴근 시간은 같을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박 장관이 끊임없이 8-5제 시행을 강조하고 있지만 행정안전부에서 번번히 제동을 걸고 있다.
외부뿐 아니라 재정부 내부 반발도 극심하다. 최근 재정부 노조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직원 712명 중 69.8%가 8-5제 시행에 반대했다.
안팎에서 8-5제를 반대하는 이유로는 ▲공공부문에만 해당되며 민간부문과 무관 ▲민간부문과 근로시간이 달라 불편 초래 ▲눈치보기 문화에서 결국 근로시간만 연장될 것 등을 꼽았다.
현실적으로는 맞벌이 부부의 경우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는 문제와 통근버스 시간 조정 등의 문제도 걸림돌이다.
이에 재정부는 차선책으로 기존 8-5제에서 출퇴근 시간을 30분씩 앞당기는 안을 구상 중이라고 한다.
이 소식에 재정부 한 사무관은 "출근을 한 시간 당기든 30분 당기든 똑같은 8-5제 아니냐"며 "내외부 반대에도 왜 이렇게까지 8-5제를 관철시키려는지 모르겠다"라고 토로했다.
박 장관의 말대로 출퇴근 시간을 앞당기면 에너지 절약도 되고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기회가 어느 정도는 많아질 수도 있다.
그러나 전 부처가 아닌 재정부 독자적으로 8-5제를 시행한다면 박 장관이 내세우는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많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박 장관은 재정부가 시범적으로 8-5제를 시행한 후 이점이 많을 경우 전 부처로 확대하겠다는 생각이지만, 그의 말대로 8-5제가 빛을 보려면 재정부 독자가 아닌 업무와 관련된 전 부처 및 민간과 연계해 시행할 때 가능하다는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박재완 장관은 재정부 수장이다. 아무리 수장이라고 해도 그와 함께 일하는 직원들을 마음대로 부릴 수는 없다. 재정부가 독자적으로 8-5제를 시행한다 하더라도 직원들에게 이 제도가 꼭 필요한 이유를 먼저 설득시키는 게 수순일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8-5제가 그의 뜻대로 이뤄지려면 직원들이 우려하는 근무시간 연장, 어린이집 운영시간 등에 대한 문제부터 해결해야 할 것이다.
박 장관에게 당초 목표했던 8-5제가 뿌리내리지 못하자 발을 빼긴 부끄럽고, 그대로 추진하자니 안팎의 시선이 곱지않아 어중간한 8시30분 출근 5시30분 퇴근 '카드'를 꺼내들었는지 묻고 싶다.
정말 그렇다면 어줍짢은 자존심이 조직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아니 이미 균열이 시작됐음을 박 장관은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
머릿속의 이론이 아니라 직원들의 솔직한 얘기를 듣는 소통하는 박 장관이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