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유리한 통계는 온갖 수사를 붙여 정책수립이나 평가에 반영했던 정부가 조금이라도 불리하거나 불편한 통계에 대해서는 그 가치를 깎아 내리기에 여념이 없다. '역시 공무원이다', '한심한 정부' 등의 말이 나오는 것도 쉽게 이해된다.
최근 한국조세연구원이 발표한 상위 1%에 대한 통계에 대해 정부는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일축했다.
조세연구원은 통계청의 가계금융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상위 1% 가구 소득이 전체 가구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6년 4.1%에서 2011년 7%로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소득불평등도가 심해졌다는 것이다.
당장 튀어 나온 통계청의 해명이 우스꽝스럽다. 통계청은 표본조사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왜곡된 내용을 발표했다며 앞으로 연구원에 통계자료제공을 제한하겠다고 했다.
가계금융조사는 1만가구를 표본으로 조사하는데, 상위 1%는 123가구에 불과해 오차가 크고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통계청의 해명대로라면 대부분의 통계를 전수조사가 아닌 표본조사를 통해 계량화하고 있는 통계청의 통계는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 스스로를 부정하면서까지 부정적인 통계를 외면하려는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조세연구원은 같은 보고서에서 국세청 국세통계연보의 소득세 납부자료를 인용, 상위 1%의 소득금액합계가 2006년 16.5%에서 2010년 19.7%로 증가했다고도 밝혔다. 역시 소득불평등도가 심해졌다는 통계다.
이번에는 기획재정부가 '발끈'했다. 소득세자료는 고소득자일수록 차감 폭이 적은 비과세소득이나 근로소득공제를 제외한 것으로 상위 1%를 제대로 보여주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도 국세청 자료보다는 격차가 적은 통계청 자료는 참고할 만하다는 평가까지 덧붙였다. 한쪽에선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통계를 다른 쪽에선 참고할만 하다고 한다. 아이러니다.
며칠 뒤에는 장관까지 나섰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27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의 불평등이 여전하다고 평가하자 OECD의 불평등 평가가 '착시효과'임을 강조했다.
평소 "OECD와 비교하면…", "OECD평균보다…", "OECD에서 XX번째로…" 등 OECD통계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던 정부가 OECD가 사용하는 통계까지 부정한 것이다.
박 장관은 "소득분배 측정단위가 가구소득인데, 최근 한국의 가구수는 급격히 늘고, 가구원은 줄고 있다"며 "(가구구조 변화가) 수학적으로 소득분배의 불평등도를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OECD는 2인가구 기준의 지니계수나 소득불평등도를 평가하는데 한국에서는 최근 1인가구가 늘고 있어서 통계의 왜곡이 있다는 반박이다. 그런데 박 장관은 다른 OECD 국가의 소득불평등도는 가구구조 변화를 제대로 반영했는지 확인해 봤을까.
어떤 통계에는 '고용대박'을, 어떤 통계에는 '착시효과'를 외치는 장관이 통계의 왜곡을 지적하기에 앞서 알아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완전고용에 가까운 한국의 고용율 통계에 OECD는 찬사를 보내지만, 수많은 청년실업자들은 손가락질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