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국회가 국세청의 삼성전자 세무조사건을 정치쟁점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005930)를 비호하는 듯한 국세청의 안하무인격 태도가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2일 국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국세청의 삼성전자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와 관련해 여야의 주요 의원들이 소관 상임위 의결을 거쳐 국세청 처분의 적절성 등 자세한 내용을 따져보기로 의견을 모았다.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에 대해 국회가 납세상의 불·탈법 문제를 살펴보겠다고 나서는 건 정치권이 연말 대선을 앞두고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이슈를 선점하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어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파문의 발단은 유일호 새누리당 의원으로부터 시작됐다. 유 의원은 지난 30일 ‘국세청이 삼성전자에 4000억원대의 세금 추징을 통보했다’는 언론 보도를 접한 뒤, 국세청에 관련 세무조사 결과를 보고하라고 공식 요청했다.
삼성전자의 탈루 혐의가 사실일 경우 국내경제는 물론 해외 신인도에도 악영향이 미칠 것이 뻔하기 때문에 해당 상임위원으로써 사실관계를 정확히 알아보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러나 국세청은 즉각 담당자를 유 의원실로 보내 “관련 자료를 건넬 수 없다”며 양해를 구했다. 개별기업 사안이기 때문에 정보보호 차원에서 국회에 내용을 확인해 줄 수 없다는 것이 국세청의 설명이었다.
그러자 이번엔 민주통합당이 발끈하고 나섰다. 박영선 전 최고위원은 2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국세청이 이미 조사가 끝난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겠다고 주장하는 건 전형적인 재벌 감싸기"라며 “상임위 의결을 통해서라도 관련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내에서 재벌개혁론자로 통한다. 경제민주화 노선 역시 그가 선두에서 이끌고 있다.
기재위 소속인 이용섭 정책위의장도 적극 동의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국내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특히 탈세라는 범법에 대해 국회가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참여정부에서 국세청장을 지낸 세무통이다.
새누리당도 국세청의 '삼성 감싸기'를 묵과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유 의원은 이날 기자에게 “민주당이 상임위 의결을 통해 국세청의 삼성전자 세무조사 문제를 들여다보겠다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원내 지도부와 논의해봐야할 문제지만 여야가 합의할 가능성이 크다"고 얘기했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야당이 삼성 문제를 재벌개혁 이슈로 부각시킬 경우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반대는 삼성 편들기로 인식되고, 이는 여론의 비난을 몰고올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유 의원은 국세청에 대한 불편한 속내도 가감 없이 드러냈다. 그는 “법적으로 애매하기 때문에 어디까지가 개인정보냐는 해석을 가지고 항상 국세청과 싸운다”며 “국회에서는 ‘잘못했다’ 해놓고 막상 자료는 주지 않는 게 다반사”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유 의원은 그러면서 “이번 경우, 이미 언론에서 삼성전자 이름이 다 나왔지 않나. 탈세라면 (국세청이 주장하는) 프라이버시도 아니다”며 "이번 기회에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겠다"고 강조했다.
여야 공히 국세청을 압박하면서 삼성전자도 난처한 상황이 됐다. 관련 자료가 공개돼 쟁점화될 경우 재계로 번질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국내 법인세를 줄이기 위해 해외 자회사들을 편법 동원하는 것은 대기업들에게 만연한 통속적 방식이라는 게 재계의 항변이다.
기획재정위 소속 한 의원은 “(국세청이) 앞에서는 삼성에 칼을 들이대고, 뒤에서는 삼성 눈치 보기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이번에 버릇을 단단히 고쳐놔야 한다”고 단단히 벼르기까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