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익환기자] 10일 정부의 '5.10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는 조세관련 대책이 빠졌고, 이미 어느정도 예상했던 범위의 대책이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박사는 "정부가 거래활성화를 기대했다면 조세부분에 대한 대책이 나왔어야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며 "강남3구 투기지역해제 자체는 의미가 있지만 전체 부동산시장의 거래활성화로 이어지긴 힘들어 보인다"고 언급했다.
◇강남3구 투기지역해제.."전화 한통도 없어요"
이번 대책의 가장 큰 핵심 내용은 '강남3구 투기지역해제'다.
이에 강남3구의 총부채상환비율(DTI)와 주택담보인정비율(LTV)는 다른 서울지역과 동일하게 50%로 높아진다. 또 투기지역에서 해제됨에 따라 주택거래신고지역에서도 해제된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관련 전문가들은 거래 활성화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채훈식 부동산1번지 실장은 "투기지역해제로 인해 투자수요가 많은 강남 재건축 단지가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일 것 같다"며 "하지만 서울시 재건축 정책과 DTI 완화 등의 변수로 중장기적인 거래 활성화는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 강남 3구의 현장 분위기도 발표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총선 이후 거래가 활기를 띄었다는 설명이다.
채은희 강남 개포부동산 대표는 "이번 대책이 총선 전부터 나왔던 내용들이라 이미 선반영 됐다고 보면된다"며, "총선 이후 실거래가가 6000만~7000만원 정도까지 오르며 거래가 됐지만 2주 전부터는 조용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대책내용이 이미 2~3일 전부터 보도가 됐는데도 전화문의가 정말 한통도 없었다"고 털어놨다.
◇전매제한 완화.."분양시장 살아날까?"
정부는 현재 1년인 수도권 민간주택의 전매기준을 지방처럼 없애고 전용면적 85㎡ 이하 공공택지는 3년에서 1년으로 줄이는 방안을 확정했다.
하지만 이같은 대책으로 매도기회는 늘어나겠지만 가격에는 오히려 부담을 줄 것으로 평가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 그 자체만으로는 호재가 될 수 있다"며 "하지만 분양을 받은 사람이 미래를 어둡게 보고 오히려 팔 기회로 생각하면 매물만 더 나와서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보금자리주택 거주의무기간 완화 등 분양시장을 살리려는 정부의 의지가 나타났다는 평가도 있다.
이영호 닥터아파트 소장은 "보금자리주택지구 거주의무기간이 완화 됐기 때문에 시장에 어느 정도 숨통을 틔어 줄 것으로 보인다"며, "그 동안 형평성 문제 때문에 시도되지 못 했지만 이번에 완화되면서 분양시장을 살리려는 정부의 의지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부동산 관련 전문가.."거래 활성화 힘들다"
이번 대책의 내용을 접한 많은 전문가들은 웬만한 대책 가지고는 지금의 부동산 경기를 살리는 건 사실상 힘들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시장에 파급효과가 큰 DTI나 취득세 인하 등의 조세관련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상영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인구구조와 전반적인 경기상태로 인해 부동산 시장 자체가 워낙 경색 돼 있다"며, "DTI 완화 등의 조세관련 정책을 뺀 나머지 대책을 가지고서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가 힘들다"고 밝혔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실장은 "사실상 이번 대책의 내용자체가 신선하지 않기 때문에 시장의 흐름을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그 보다는 올 연말 대선주자들의 각 캠프에서 나올 부동산 관련 공약에 따라 경기가 움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책이 수요자들의 요구와 정반대의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감시팀장 "이번 대책의 거의 대부분이 소비자들이 원하는 부분과 거리가 있다"며, "집이 비싸서 사지 못하는 사람들인데 이번 대책은 집값 거품을 떠받치는 듯한 내용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대책은 강남3구 다주택자와, 건설사 등만이 직접적인 수혜를 누릴 수밖에 없는 그들만을 위한 반쪽 대책"이라고 혹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