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용훈기자] 금융당국이 마련 중인 스탁론(Stock Loan) 규제가 오히려 제도권 밖 사채업체 등을 키우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주식시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내놓은 설익은 대책으로, 매매수수료 축소는 물론 사설 대부업체 등을 통한 투자금 유입으로 시장의 건전성이 더욱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15일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현재 스탁론 대출비율을 최고 300%에서 200%로 하향조정할 계획이다. 담보유지비율도 현행 115%에서 140%까지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올 들어 국내 증시에서 이른바 '정치테마주'가 이상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스탁론 대출규모가 급증하자 금융당국이 마련한 대책이다.
금융투자협회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3월말 현재 스탁론 규모는 1조2280억원으로 지난해 9월말 8980억원에 비해 36.75% 급증했다.
금융당국이 현재 검토 중인 스탁론 대출조건은 현재 증권사가 직접 투자자에 자금을 대출해주는 신용대출과 동일한 수준이다.
따라서 현재의 방침이 확정되면 증권사 신용대출에 비해 적은 담보로 많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스탁론의 장점은 사라진다.
예컨대 주식계좌 평가금액(예수금 포함)이 5000만원인 투자자의 대출한도는 1억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줄어든다.
1억원을 빌렸다면 반대매매가 발생하는 담보유지금액도 1억1500만원 이하에서 1억4000만원 이하로 높아진다.
즉, 대출한도와 담보유지비율을 모두 증권사 신용대출 수준으로 끌어올려 무분별하게 빚을 내 테마주에 투자하는 행태에 제동을 걸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는 금융당국의 스탁론 규제를 평가절하했다.
스탁론을 규제해 테마주 열풍을 잠재울 것이란 당국의 기대는 주식시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어설픈' 정책이란 지적이다.
오히려 업계는 당국의 부적절한 스탁론 대책으로 사설 대부업체 등을 통해 투자금을 끌어오는 사례가 더욱 증가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실제 스탁론 도입 이전 신용이 상대적으로 낮은 투자자는 대부업체로부터 고금리에 자금을 빌려 주식투자에 나서는 위법적 거래가 성행했다"고 말했다.
그는 "스탁론을 만든 이유가 이런 위법적 거래를 막고 금융기관의 리스크관리를 통해 이런 위법적 대출을 막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함이었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당장 국내 증권사들이 위탁매매 수수료에 수익의 절반 가까이를 의존하고 있어 이번 규제안이 확정되면 매매수수료가 급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전체 국내 증권사 41개(외국계 포함 61개)의 절반이 넘는 총 21개의 증권사가 저축은행 등과 연계해 스탁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때문에 증권사들은 지난달 12일 금융투자협회와 '연계신용 리스크관리 모범규준'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스탁론 규제에 대한 업계의 요구를 당국에 전달하기도 했다.
김윤수 금투협 자율규제기획팀장은 "공식적인 TF는 전달 26일 마무리됐다"며 "담보유지비율만이라도 낮춰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당국의 수용여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