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독주시대)②심화되는 '인터넷 생태계' 파괴 논란

입력 : 2012-05-16 오후 2:50:24
[뉴스토마토 최용식기자] #1. 검색광고 대행사에서 일하는 김모씨는 요새 들어 걱정이 늘고 있다. 2010년 NHN(035420)이 계열사 NHN서치마케팅(이하 NSM)을 통해 검색광고 대행시장에 진출하면서 회사 매출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NSM은 불과 2년만에 기존 강자였던 이엠넷(123570)을 제치고 업계 1위로 도약했다. 그는 “네이버 키워드광고센터 사이트에 NSM이 우선 노출돼 있다는 점, 광고주 이관에 대한 정책이 NSM에게 유리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점 등이 불공평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2. 지난해 한 부동산 중개사이트는 ‘네? 이번엔 안되요? 왜 안되요?'라는 광고 문구를 내걸었다. 경쟁관계에 있는 네이버 부동산 서비스를 도발하는 광고였다. 이런 공격적인 마케팅 이면에는 벼랑끝으로 몰린 부동산 중개사이트들의 절박한 상황이 있다. 몇년전 네이버가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은 이후 몇몇 업체를 빼고는 대부분의 부동산 중개사이트들이 고사 위기에 몰려 있다. 네이버 부동산 서비스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트래픽을 일으키는 네이버 시작페이지에 한가운데 놓여 있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대거 이리로 몰리고 있다.
 
#3. 네이버 검색의 중립성은 언제나 의심을 받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네이버가 지나치게 자사 콘텐츠를 우대한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블로그 검색결과 상위에는 대부분 네이버 블로그가 내걸린다. 또 원문이 아닌 불법, 혹은 스크랩된 콘텐츠가 우선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도 있다. 김인성 IT칼럼니스트는 “이렇게 되면 콘텐츠를 생성하는 중소사이트는 트래픽을 얻을 수 없으며, 결국 생존 자체가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NHN측은 "워낙 네이버 콘텐츠가 방대하다보니 노출될 가능성이 많을 뿐"이며 "기술적으로 100% 원본을 우선 수집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4. 네이버가 최근 오픈마켓 사업에 진출했다. '이용자에게 더 나은 검색품질을 제공해  쇼핑 콘텐츠를 확충한다'는 게 명분이지만, 인터넷 업계는 이런 설명을 믿지 못하고 잔뜩 긴장하고 있다. 쇼핑몰 사업자들에게 사이트를 제공하는 호스팅 기업은 물론 가격비교사이트, 심지어 기존 오픈마켓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 이베이조차 떨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네이버가 그간 다른 시장을 어떻게 싹쓸이했는지 지켜봐왔다.
 
네이버의 인터넷 생태계 파괴 논란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네이버라는 울타리는 곧 국내 인터넷 전체 울타리에 버금간다는 것을 이용해, 서비스 연계를 통해 벤처나 중소사업자들의 시장까지 싹쓸이하고 있다는 게 비판의 골자다.
 
앞서 제시한 사례들은 마이크로소프트(MS)가 윈도우즈를 통해 각종 응용프로그램을 무료로 공급했던 '끼워팔기’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강력한 플랫폼 리더십을 기반으로 사업영역을 넓힌다는 점, 이에 따라 경쟁사들이 불공정하다고 반발하고 있다는 점 등이 닮은 꼴이다.
 
◇옹호론, “기술 진보 따른 결과..소비자 편익 높아져”
 
하지만 네이버의 사업 다각화가 꼭 나쁘지만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스마트폰이 단순한 휴대폰에서 MP3, 카메라 등 다양한 기능이 담긴 기기로 진화했듯 네이버가 다양한 서비스를 하는 것은 기술 발전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것이다.
 
따라서 소비자 후생이 줄지 않고 오히려 증가한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대표적으로 부동산 중개서비스의 경우 예전에는 허위 매물이 허다했는데 기술력과 자본을 갖춘 네이버가 시장에 들어온 이후 자연스럽게 역량 미달의 사업자들이 퇴출됐다” (류한석 기술문화연구소장)
 
“여태껏 같이 일했던 대행사들 중에서 NSM이 가장 우수하다. 체계적인 업무지원으로 많은 매출 증대를 이뤘다” (쇼핑몰 검색광고주)
 
“옥션이나 지마켓 등 기존 오픈마켓 업체들의 횡포에 염증이 난다. 차라리 네이버가 들어와서 이들보다 더 좋은 입점조건을 제시해줬으면 좋겠다” (오픈마켓 입점업체 관계자)
  
◇비판론, “인터넷업계 장기적으로 막대한 피해”
 
하지만 업계에서는 아무리 소비자 후생이 줄지 않았더라도 중소사업자의 몰락은 '재앙'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들의 골목시장 진출을 반대하는 것은 소비자 후생을 저해하기 때문이 아니잖냐"면서 "대기업이 상권을 싹쓸이 하면서 서민층 붕괴, 고용창출 한계 등 사회 전반에 끼치는 피해가 큰 것처럼 네이버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이 나중에 한국 인터넷업계를 망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벤처기업들이 혁신을 주도하고 다양화에 기여할 기회를 박탈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위치기반서비스(LBS)를 운영하는 한 개발사 관계자는 “만약 네이버가 지도서비스를 통해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는다면 우리로서는 직격탄이 될 것”이라며 "네이버의 시장 참여를 매우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관계자 역시 "네이버가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아 경쟁에서 밀리면 억울하지 않다. 거의 따라하기 수준으로 시장에 진입해 자본과 인프라에서 지는 것"이라며 "벤처업계에서는 새로운 걸 만들면 뭐하나. 어차피 네이버가 다 따라한다고 자조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관점으로 SNS 컨설팅업체 누리터커뮤니케이션즈의 이승훈 대표는 네이버의 행태를 그냥 독점이 아닌 '뒤통수 치는 독점'이라고 정의했다. 네이버의 고속성장 뒤에는 콘텐츠 파트너사들의 절대적인 도움이 있었지만, 이들은 실컷 이용만 당하고 나중에는 버림받았다는 것이다.
     
◇NHN “억울한 비판 많다..사회공헌 사업 열심히”
 
NHN은 이런 비판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승진 NHN 차장은 “사업 확장에 대해 세간의 오해가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하지만 대부분 상식적인 수준에서 이뤄졌다”고 말했다.
 
네이버의 사회공헌 활동이 가려져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안타깝다는 뜻을 밝혔다.
 
대표이사 전담 조직으로 에코TF를 설립하고, 각종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기획·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너무 몰라준다는 것이다.
 
이 차장은 “1000억원을 출자해 만든 소프트웨어 아카데미, 중소개발사에 대한 서버 지원, 기부포털 ‘해피빈’의 300억원 기부액 돌파 등 인터넷업계와 상생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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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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