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독주시대)①명실상부한 검색시장 '지배자'

입력 : 2012-05-15 오후 2:30:23
[뉴스토마토 최용식기자] 다시금 네이버 독점 문제를 말하려고 한다. 더 이상 꺼내기 진부하다 싶을 정도로 오랜 기간 다뤄졌던 문제다. 지난 10년간 수많은 업계 종사자들이 그 폐단을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했고, 언론 역시 여러 차례 비판적인 접근을 시도한 바 있다. 하지만 대부분 중립성이 결여된 채 문제 표면만을 바라봤다는 한계가 있었고, 결국 현상은 유지되고 있다. 독점 논란은 쉽지 않은 문제다. 기본적으로 폐해 실체에 대해 논란이 많은데다, 특히 인터넷 비즈니스는 일반 제조업과 다른 점이 많아 기존의 잣대를 들이대기도 힘들다. 
 
네이버 독점 문제의 초점을 흐리는 가장 큰 요인은 '시장구획' 문제다. 일반적으로 포털업체들은 검색, 커뮤니티, 미디어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 자체가 불명확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를 받아들인다면 논의가 이뤄질 수 없으며, 네이버 독점 현상을 설명할 길도 없다. 그래서 <뉴스토마토>는 네이버의 힘은 ‘검색시장(Search Market)’에서의 지배력에서 나온다는 가정하에 현상을 분석했다. 검색시장은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용어지만 이미 국내에서만 1조4000억원 규모로 성장한 신규 시장이다.
 
이번 집중기획 기사는 크게 다섯차례로 나눠 게재된다. 먼저 1·2부에서는 각각 시장지배력을 이용한 가격상승 유도행위와 무분별한 사업영역 확장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네이버의 독주체제 아래 어떤 폐해가 발생하고 있는지를 따져본다. 3부는 이런 독점에 대해 과연 규제가 가능한지에 전문가들로부터 의견을 들어 정리했고, 4부는 무리한 행보의 뒤에 감춰진 배경을 조명했다. 마지막으로 5부는 대안과 해법을 제시했다. [편집자]
 
2003년은 네이버에게 기념비적인 해였다. 실질적으로 검색시장의 지배자로 우뚝 선 원년이었다.
 
대화형 검색서비스인 ‘지식iN’의 선풍적 인기에 힘입어 네이버 운영업체 NHN(035420)은 기존 검색시장의 강자였던 야후코리아와 다음(035720)을 누르고 1위 기업으로 등극했다.
 
2005년부터는 그야말로 네이버의 독주시대였다. 60%가 넘는 검색점유율을 바탕으로 경쟁업체들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검색시장 지배자, ‘네이버’
 
현 검색시장에서 네이버가 차지하는 위치는 어디일까.
 
온라인 리서치기관인 코리안클릭이 제공한 자료를 보면 지난 4월 네이버의 검색점유율은 역대 최고인 무려 73.9%에 이르렀다. 나머지 ‘검색 빅3’라고 불리는 다음과 네이트는 각각 19.8%, 2.5%다.
 
이 정도면 경쟁사와의 비교 자체가 무의미하다.
 
막대한 검색점유율은 자연스럽게 수익 독식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네이버가 거둔 검색광고 수익은 무려 1조818억원. 업계에서 추산하는 검색시장 규모인 1조4000억원에서 77%를 점유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사이트 트래픽도 확장됐다. NHN에 따르면 지난 12월 넷째주 네이버 시작페이지 설정 점유율은 51.4%다. 사이트 열람횟수를 뜻하는 페이지뷰 역시 상위 6개 포털을 합친 수에서 52.5%을 차지하고 있다.
 
◇경제학으로 본 네이버 독점의 폐해
 
경제학에서 말하는 독점 폐해는 크게 두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선택에 제한이 있다는 점과 완전경쟁시장보다 상품이나 용역에 대해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이다. 독점사업자가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때문이다.
 
가장 많이 드는 예가 역 근처 하나밖에 없는 식당이다. 소비자로서는 음식 맛이 없어도 거기만 이용해야 하고, 설령 가격이 지나치게 높더라도 감수해야 한다.
 
그렇다면 네이버 독주체제에서도 이와 비슷한 폐해가 나타나고 있을까.
 
네이버의 주 수익모델은 기업간 거래(B2B) 방식인 검색광고다. 검색광고란 검색창에 검색어를 입력했을 때 결과 최상단에 노출되는 링크식 광고를 말하는데, 단가는 쇼핑몰 등 광고주들의 입찰 경쟁을 통해 결정되곤 한다.
 
물론 입찰제라는 특성상 NHN이 직접 가격을 올릴 수는 없다. 하지만 상품수 조절을 통해 입찰 경쟁을 통제한다면 충분히 이와 비슷한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더구나 광고효과와 매체력(트래픽)은 비례하기 때문에 광고주들은 네이버를 찾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천정부지 치솟는 광고비..업계 불만 '고조'
 
최근 네이버 광고주들의 불만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NHN이 광고비를 올리기 위해 인위적인 장치를 자꾸 만든다는 것이 불만의 골자다.
 
얼마전 NHN은 검색량이 적은 단어에 한해 모든 광고작업을 중단하는 ‘휴면키워드 관리 기능’을 오픈했다. 저렴한 가격의 광고상품 숫자를 줄이면, 자연스럽게 광고주들은 비싼 가격의 광고상품으로 쏠리고, 궁극적으로 입찰 경쟁이 심화돼 전체 광고비가 오른다는 게 광고주들의 주장이다.
 
또 NHN이 노출당 지불방식(CPM)의 광고상품인 ‘타임초이스’를 폐지한 것에 대해서도 반발이 거세다. 타임초이스는 클릭당 지불방식(CPC)인 ‘클릭초이스’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딱히 대안이 없다. 다음과 네이트는 낮은 트래픽 탓에 검색광고 효과가 낮다. 그저 ‘울며 겨자먹기’로 네이버 검색광고를 이용할 수 밖에 없다.
 
NHN측은 이에 대해 “검색광고 상품 개편은 광고주의 만족을 위해 실시했으며, CPC로 통일되는 세계적인 온라인 마케팅 트렌드를 적극 반영한 결과”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광고주들은 납득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 검색광고 마케터는 “광고주를 상대로 광고 전략에 관한 교육을 할 때는 단가 높은 상품에 대한 광고 집행을 신중히 하고, 타임초이스를 적극 쓰라 권유했는데 이제 와서 이에 반하는 정책을 쓴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미 지난 1년간 네이버 검색광고 단가가 약 20%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광고대행사 관계자는 “유선인터넷 이용률 하락으로 광고 효과는 그대로거나 떨어진 반면 가격만 계속 올라가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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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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