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그리스발 유로존 위기로 세계 경제가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유럽 재정위기의 해법을 놓고 '긴축 vs 성장'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그 동안 유럽은 재정위기의 해법으로 혹독한 긴축정책을 선택해 왔지만, 최근 유럽 국가들의 선거에 따른 포퓰리즘과 긴축으로 인한 경기침체 가속화로 '성장'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최근 유럽의 재정건전화 논쟁 추이와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연합(EU) 내에서도 긴축과 성장에 대해 타협론이 나오고 있다. 기존의 긴축목표에 대해 다소의 유연성을 용인하는 방향으로 논의하자는 것이다.
올리 렌 EU 경제담당 집행위원은 "EU가 재정적자 및 공공부채 관련 규제를 강화한 것은 재정 건전화와 성장 간의 균형을 취하기 위한 것"이라며 "관련 규정을 일률적으로 엄격하게 적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도 "유로존의 지나친 긴축은 결국 저성장·고실업으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젊은 세대에 부담을 지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 또한 "유럽에 가장 좋은 처방은 긴축이 아닌 성장”이라고 주장했고, 프린스턴대 폴 크루그먼 교수도 "긴축정책은 유럽 경제의 자살행위"라고 평가했다.
긴축재정이 '경기 침체→실업률 증가→소비 둔화→성장률 하락→세수 감소'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반면 긴축재정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세제·노동개혁과 같은 구조개혁을 통한 성장이 전진을 위한 유일한 길"이라며 "재정적자 확대를 통한 부양책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독일과 유럽중앙은행 등 긴축정책의 지도부도 "시장의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기존 정책을 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스 위기가 본격화한 건 2009년 총선 후 정부가 기존 재정개혁 목표를 완화한 것이 결정적이었고, 최근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것도 프랑스와 그리스 선거 후 기존 정책이 불확실해진 데 따른 불안감 때문이라는 것이다.
긴축재정론자들은 긴축이 단기적으로 경제 성장을 저해할 수 있지만 국가부채가 줄어들면 실질이자율 하락으로 장기 경제성장률이 상승한다며 긴축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유럽의 긴축속도가 다소 늦춰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유럽의 재정취약국들이 적자재정을 확대하기보다는 성장촉진형 지출 재조정이나 구조개혁에 초점을 두는 방향이 유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성장과 긴축에 대한 논쟁이 6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핵심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라며 "유럽 개별국의 재정여력에 따른 차별적인 긴축속도 조절도 추진될 전망"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