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그리스 쇼크 등 유럽발 재정위기 우려가 커지면서 은행들이 선제적 외화유동성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1000억엔 규모의 사무라이본 발행에 성공했다. 사무라이 본드는 일본 자본시장에서 외국 기관이 발행하는 엔화표시 채권이다.
수은의 이번 사무라이 본드 발행은 아시아 금융기관으로선 역대 최대 규모다. 발행금리도 전 만기에 걸쳐 라이보(Libor) 대비 1% 미만의 낮은 가산금리가 적용됐다.
앞서 수은은 일본 개인투자자들을 상대로 판매하는 엔화채권 '우리다시본드' 총 375억엔(4억5000만달러)어치를 발행했으며, 브라질 헤알화 표시 채권 발행에도 나서는 등 차입선 다변화에 가장 적극적이다.
수은 관계자는 "유로존 재정위기 등 불안정한 금융시장 환경 속에서 안정적 외화확보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달러화, 유로화, 엔화 등을 공략해 차입선을 다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지난 달 스위스프랑 1억800만프랑의 채권을 발행했고, 올해 초 수은에 이어 '우리다시본드' 1억5000만달러 발행에 성공했다. '우리다시본드'란 일본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통화의 채권을 소액으로 판매하는 본드로 주로 AA급 이상 최우량기관 및 국제기구만 발행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조달 통화도 다양해졌다. 기업은행은 호주달러로 발행하는 채권 '캥거루본드'를 3억5000만 호주달러 어치 발행했으며 신한은행은 지난 3월 국내 최초로 6억2500만위안의 딤섬본드를 발행했다.
이 밖에 하나은행은 태국에서 100억 밧본드를 ,우리은행은 태국 밧본드와 말레이시아 링깃본드를 발행했다.
지금까지 달러에만 의존했던 은행권의 외화조달 수단이 훨씬 다양해진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이 뚜렷해진 시기는 지난해부터다.
금융당국이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 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은행권에 외화 차입구조 다변화 등 외환 유동성 강화를 주문했기 때문이다.
또 유럽 재정위기로 유럽계 자금을 조달할 길이 막히면서 은행들은 사활을 걸고 외화조달 창구 다변화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은행들은 조달 위험이 분산되고 안정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은 이미 외화자금을 확보했기 때문에 유동성에는 큰 문제가 없다"면서도 "시장이 불안정한 만큼 자금조달 창구 다변화를 통해 선제적으로 외화자금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