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출시 초 은행권에서 홀대받았던 주택금융공사(HF)의 장기 고정금리 대출상품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자 은행들이 뒤늦게 판매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다음달 연 금리 4% 후반대의 최소 10년, 최장 30년 장기 고정금리 적격대출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외국계 은행인 SC·씨티은행에서 지난 2월 판매를 시작한데 이어 최근 하나·농협은행, 신한은행까지 적격대출 상품 판매에 가세했다. 국민·우리·기업은행도 장기고정금리 적격대출 판매를 적극 검토 중이다.
이는 당초 주택금융공사가 장기고정금리 적격대출을 내놓을 때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적격대출은 은행이 대출상품을 판매하고 주택금융공사는 은행의 대출채권을 매입해 유동화하는 장기고정금리 내집마련 대출 상품이다.
특히, 주택금융공사로부터 금리변동 위험 없이 안정적인 대출재원을 확보할 수 있어 기존보다 낮은 수준의 고정금리로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럼에도 지난 2월 주택금융공사가 적격대출을 처음 선보였을 당시 관심을 보인 곳은 SC은행과 씨티은행 두 곳 뿐이었다. 대부분 은행들은 금융권의 유동화 적격 상품 마진이 1% 정도로 변동금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고 수요가 많지 않을 것이란 이유로 취급을 꺼려했다.
그러나 SC은행과 씨티은행이 지난 3월 초 출시한 적격대출 상품이 두달 만에 각각 5500억원, 1000억원 가량 팔리는 등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자 국내은행들의 태도가 급변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리 변동 위험이 없고 이자부담도 낮아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며 "외국계 은행들이 적격대출을 통해 수신기반을 늘려가자 국내은행들도 이에 질세라 적격대출 판매에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하나은행과 농협은 이달 초 주택금융공사와 협약을 맺고 적격대출 상품 판매를 시작했다.
주택금융공사 고위 관계자는 "적격대출 판매를 시작할 때만 해도 시큰둥했던 은행들이 이제는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먼저 손을 내밀고 있는 상황"이라며 " 지원대상과 범위가 확대된 징검다리 전세보증대출 상품은 나오기도 전에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판매협약을 맺자는 제안이 밀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가계대출은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게 가장 큰 위험요인이다"며 "장기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늘리고 장기적인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서라도 적격대출에 대한 수요는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