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세연기자] 지난 달 15일부터 투명경영과 신속한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개정된 상법이 도입됐다.
제정이후 40여년만에 바뀐 상법에는 영미식 시스템을 기반으로 기업의 신속한 의사결정 지원과 다양한 자금 조달, 투명경영을 위한 준법지원인 제도 등이 포함됐다.
적용 후 1개월가량이 지난 현재 시장은 일단 자율 기능이 강화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특히, 자금 마련과 합병제도 등의 개선으로 소규모 합병의 기회가 늘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산업구조 재편도 예고되고 있다.
◇소규모 합병 활성화 기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소규모 합병 공시는 185건으로, 이 중 상장폐지로 이어진 29건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는 156건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55건의 시장합병 공시가 이뤄졌고, 코스닥 시장에선 101건이 공시됐다.
올해는 현재까지 유가증권과 코스닥 시장에서 시장합병 공시(상장폐지 제외)는 각각 18건, 11건으로 총 29건에 달한다.
개정 상법에 따르면 주주총회 결의 없이도 인수합병할 수 있는 피인수 회사의 주식가액 한도가 인수기업의 '5% 미만'에서 '10% 미만'으로 확대됐다. 이 때문에 주총을 거치지 않더라도 좀 더 큰 회사를 인수합병할 수 있다.
또, 대주주나 주요 주주의 지분율 희석 우려가 없어진데다 합병과정에서 이를 반대하는 주주가 행사하는 주식매수청구권 관련 비용도 발생치 않아 보다 신속하고 합리적인 수준에서의 조직의 합병이나 변경이 가능해졌다.
주식으로 한정됐던 합병대가도 현금이나 그 밖의 자산으로 지급할 수 있게 됐고 대표이사 단독의 사채 발행이 허용되는 한편, 순자산액 4배를 초과하지 못했던 발행총액 제한도 없어져 다소 무리한 사채발행이라도 회사 스스로가 책임을 질 수 있다면 허용됐다.
합병 당시 투입되는 비용부담도 크게 줄어든 셈이다.
이 때문에 증권사의 기업분석팀장들은 흡수합병의 제도적 제한은 줄어든 반면, 인수를 위한 비용 마련 수단은 넓어졌다고 평가했다.
◇개정상법, 기업시너지 확대할까
상법 개정이후 처음 합병에 나선 동양시스템즈는 지난 16일 그룹내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업체 미러스를 1대6.77 비율로 합병키로 하고 이달 25일 주주총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동양시스템즈는 오는 7월 합병법인인 '동양네트웍스'를 출범해 기존 IT 서비스 기술력과 전자성거래 노하우를 결합한 서비스 추진은 물론 그룹의 중심축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파라다이스도 지난달 18일 공시를 통해 비상장 자회사인 파라다이스제주를 다음 달 26일 합병키로 했다고 밝혔다.
사업영역 확대를 통한 모기업 기업 가치 제고에 나선 인지디스플레이는 세라트론을 인수했고, 합병관련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청받은 테라움도 지난 16일 정정신고서를 내고 루멘소프트의 합병에 나섰다.
상법 개정이후 소규모 인수합병에 나선 이들 회사들은 "이전부터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동력 마련과 재무건전성 강화 등을 위해 꾸준히 흡수합병을 진행해 왔기 때문에 상법 개정으로 인한 영향은 미미하다"면서도 "흡수합병의 부담으롷 작용했던 규제들이 완화된 것은 전반적으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불안한 시장상황에서 자회사 흡수를 통해 모기업의 재무건전성을 높이거나 동일한 산업역량 집중과 연계를 통한 자회사의 성장동력을 더욱 강화 측면으로의 활용폭이 커졌다는 의미다.
◇흡수합병, 대기업에 새로운 대안되나
업계에서는 이러한 상법 개정으로 이후 주춤하던 계열사의 흡수합병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불가능했던 비상장기업의 자사주 매입이 허용되고 자회사나 손자회사에 대한 모회사의 합병이 가능해지며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계열사의 흡수 합병이 탄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기업 자율에 초점이 맞춰진 개정상법을 통해 대기업집단의 공격적인 흡수합병 여건이 마련됐다"며 "시장상황에 따라 기업공개(IPO)를 통한 개별 시장접근이 아닌 인수합병을 통한 그룹이나 동종상위 업종의 몸집불리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