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전기세'라는 단어가 '전기요금' 인상 걸림돌? 지식경제부가 용어의 함정에 빠졌다.
'전기세'와 '원전 수명' 등 과거부터 잘못 인식되거나 담당자에 의해 오역된 용어로 인해 업무 과정에서 속앓이를 하는 등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3일 정부 등에 따르면 지식경제부와
한국전력(015760)이 사전적 의미가 다른 용어 때문에 업무에 차질을 빚고 있다.
최근 들어 발단은 한전이 지경부에 평균 13.1%의 전기요금 인상안을 제출하면서다.
요금 인상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커지고 있는 것.
국민들이 부담해야하는 몫이 커지는 이유도 있지만 정부는 또 다른 곳에서 이유를 찾고 있다. 평소에 사용하는 '전기세'라는 용어 때문이라는 얘기다.
지경부 한 고위 관계자는 "과거 한전이 정부투자기관이었기 때문에 국민들은 전기를 사용하는 대가로 내는 것을 전기세고 인식하고 있다'며 "한전에서 지속적으로 전기세가 아닌 전기요금이라고 홍보를 했으나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08년 국세청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 4명 중 1명이 '전기요금'을 '전기세'로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경부에 따르면 전기를 사용한 대가로 지불하는 비용은 세금이 아닌 요금이다.
세금은 경제 행위로 이득을 본 사람에게 국가가 그 일부분을 내도록 하는 강제적인 비용으로, 세금을 거둬도 반대 급부가 없다. 반면 요금이란 상품과 서비스를 사용한 대가로 지불하는 비용이다.
지경부 고위 관계자는 "전기세라는 용어가 아직도 통용되면서 전기가 물·공기처럼 일상생활에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며 "이 때문에 전기요금 인상에 있어서 국민들의 반감이 크다"고 토로했다.
전기 생산을 위해 발전소를 짓고 철탑을 세우는 일도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전기요금을 받아 그 잉여금으로 전원설비에 재투자한다.
한전 한 관계자는 "전기세라는 부적절한 용어 사용은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이 국제적으로 저렴함에도 세금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켜 비싸다는 인식이 들도록 한다"며 "이는 에너지 소비의 왜곡과 전기에너지를 낭비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원전이 수명을 다했다'고 말할 때의 '수명' 역시 마찬가지다.
여기서 말하는 원전 수명은 설계수명으로 영어로는 'Design Life'다. 처음 원전 관련 업무를 맡은 담당자가 번역을 '설계 수명'으로 명시하면서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원전을 세울 때 지정했던 설계수명이 다하면 안전성 평가를 통해 문제가 있는지 파악한 후 가동 여부를 결정한다. 문제가 없을 경우 운영을 지속하지만 문제가 있으면 폐기 절차를 밟는다.
그러나 국민들은 원전이 '수명'을 다 했다고 하면 바로 '원전을 가동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오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한번 국민들에게 인식된 용어를 바꾸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국민들이 개념을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