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관세청이 다국적기업의 본사와 지사간의 국제거래 등 특수관계자간 국제거래에 대해 기획세무조사에 착수했다.
특수관계자간 거래의 경우 한쪽이 다른 한 쪽에 자금을 편법으로 지원하는 등의 방식으로 탈세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수관계자간 거래로 최근 4000억원이라는 거액의 관세를 추징당한 위스키업체 디아지오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관세청은 관세탈루 위험이 높은 특수관계자간 국제거래에 대해 정보분석을 거쳐, 고위험군을 선정해 6월부터 본격적인 일제 기획심사에 착수했다고 3일 밝혔다.
관세청의 기획심사는 국세청의 기획세무조사와 같은 형태로, 탈세 의혹이 있는 특정 분야에 대해 집중적으로 실시한다.
관세청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기업심사 동향을 살펴본 결과 특수관계자간 국제거래에 의한 관세탈루 위험이 여전히 높고, 최근에는 수입가격을 조작하는 방식 외에 물품 수수료를 편법으로 지급하는 등의 탈세유형이 다양화되고 있다"며 기획심사 착수배경을 전했다.
다국적 기업 등 특수관계 수입업체는 전체 14만개 수입업체 중 약 5000개며, 지난해 기준 1834억달러를 수입해 전체 수입액의 32.4%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관세 추징세액은 최근 4년간 전체 추징세액 1조7000억원의 70%인 7013억원을 차지, 수입액 대비 관세추징 비중이 높다.
이처럼 특수관계 업체의 추징이 많은 것은 독립된 기업간 거래보다 과세가격을 왜곡시키기 쉽기 때문이다.
실제로 특수관계회사로부터 신발과 의류 등을 수입하는 A사는 과세대상인 5200억원의 중개수수료를 지급하면서 비과세인 구매수수료로 신고하는 방법으로 120억원을 탈세했다가 2010년 관세청에 적발됐다.
또 해외계열사로부터 니켈과 플라스틱 등을 수입하는 B사는 계열사에 연구개발비용을 지불했지만 이를 신고하지 않고 누락해 지난해 80억원을 추징당했다.
현재 법정공방 중이지만 디아지오코리아도 비슷한 사례다.
관세청은 디아지오코리아가 영국의 디아지오 본사로부터 위스키를 수입하면서 수입가격을 의도적으로 낮춰 관세를 탈루했다고 보고, 2009년 1940억 원의 세금을 부과한 데 이어 2011년에도 같은 사유로 2167억 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매출총이익이 높거나 변동이 심해, 저가신고의 개연성이 높은 업체와 로열티 등 과세가격을 누락할 가능성이 높은 업체를 이번 기획심사대상에 선정했다"며 "외환거래 및 원산지표시 적정성 등 통관적법성까지 종합점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