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4대강 사업과 관련한 대형 건설사들의 '짬짜미'가 사실로 확인됐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뒤늦은 처분과 낮은 처벌수위를 놓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미 4대강 담합의혹이 제기된 2009년에 조사를 시작한 공정위가 2년 8개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에 대해 4대강 사업을 핵심 정책과제로 밀어부쳤던 이명박 대통령의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아울러 1차 턴키공사에서만 4조원이 넘는 매출이익을 본 담합 건설사들에게 1115억여원의 과징금만 부과하고, 당초 고려됐던 검찰고발은 취소하는 등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면서 공정위가 대통령의 눈치를 보다 혈세낭비를 방조했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5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원회의를 열어 4대강 공사 담합에 참여한 19개 건설사 중 8개 건설사에 부과한 과징금은 1115억4100만원이다.
현대건설, 대우건설, 대림건설, 삼성물산, GS건설, SK건설, 포스코건설, 현대산업개발 등 총 14개 공구를 사전합의에 따라 배분, 실제 입찰에 참여한 8개사가 과징금 대상이다.
나머지 컨소시엄에 서브(Sub)업체로 참여한 금호산업, 쌍용건설, 한화건설, 한진중공업, 코오롱글로벌, 경남기업, 계룡건설, 삼환기업 등 8개사에는 시정명령만, 담합 협의체에서 탈퇴한 후 경쟁입찰에 참여한 롯데건설, 두산건설, 동부건설 등 3개사에는 경고만 내려졌다.
◇ MB취임 전부터 시작된 짬짜미
공정위에 따르면 담합 건설사들의 죄질은 매우 나빴다.
19개 건설사들은 2009년 4월 서울 프레지던트호텔, 프라자호텔 등에서 모임을 갖고 공동협의체를 구성, 회사별 지분율에 따라 4대강 공사금액은 나눠먹기로 하는데 합의했다.
회사별 지분율은 턴키 시공능력 평가액을 기준으로 결정하기로 하고, 현대, 대우, 대림, 삼성, GS, SK 등 이른바 '빅6'로 꼽히는 대형사들이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담합을 주도했다.
건설사 협의체는 한반도 대운하 계획이 여론 뭇매를 맞고 4대강 사업으로 바뀌기 전부터 시작됐다. 무려 22조원이 투입되는 대형 국책사업이었기 때문에, 나눠먹을 업체들은 점점 불어났다.
건설사들은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전인 2008년 1월부터 5개사가 협의체를 구성했고, 2월에는 14개사, 2009년 4월에는 19개사로 계속해서 확대했다.
4대강 사업 1차 턴키공사의 입찰율이 평균 90%가 넘는 것은 이들의 나눠먹기 결과였다.
경제실천정의연대는 "4대강 턴키 사업장의 낙찰률 92.94%는 가격경쟁 방식의 사업장 평균 낙찰률(64.1%)과 비교해 30% 가량 높게 형성돼 있다"며 "유사한 4대강 사업이 발주방식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30%의 낙찰률 차이를 보이는 것은 누구라도 의문을 갖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과징금 깎아주고도 "이유 말할 수 없다"는 공정위
공사비를 나눠먹기 위한 담합사실이 명확하고, 거액의 세금을 편취한 정황이 명확한데도 공정위는 오히려 과징금을 깎아줬다.
당초 5일 열린 전원회의에서 4대강 담합 건설사들에게 부과해야한다고 결정된 과징금은 총 1561억원이었다. 현대건설이 가장 많은 299억원을, SK건설(257억원), GS건설(247억원), 대림건설(201억원), 대우건설(102억원), 현대산업개발(93억원) 등이 부과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공정위는 현대건설에 220억원, SK건설에 168억원, GS건설에 198억원 등 건설사들에게 총액 기준 446억원 가량 적은 111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최종결정했다.
이에 대해 신동권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과징금 부과 기준에 대해서는 자세히 말할 수 없다"며 담합으로 가져간 이득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추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당초 담합건설사의 임원에 대한 검찰고발 계획도 취소했다.
신 국장은 "검찰고발의 경우 고발지침이 있는데, 이번 경우에 턴키 입찰 방식이기 때문에 경쟁제한이 있다"며 "담당임원이 (담합조사에서) 진술을 많이 하고, 협조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고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 이미 다 해먹었는데 "담합 더이상 용납되지 않는다" 큰소리도
뒷북조치라는 지적에도 공정위는 떳떳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와 관련해 "정부 발주 공공사업뿐만 아니라 경제사회 각 분야의 담합행위에 경종을 울리고, 담합은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사실을 확인하고도 징계처분이 2년 넘게 늦어진 부분에 대해서도 중요 사항이 올해 발견됐다고 해명했다.
신동권 국장은 "(건설사들의) 지분합의가 공구분할로 바로 연결되지 않는다. 공구배분은 나중에 올해 발견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건설공사도 마무리 되고, 수십조원의 혈세도 모두 투입된 상황에서 뒤늦게 송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턴키공사 관행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경실련은 이날 성명을 통해 "턴키발주는 가격담합과 설계심의를 하는 학자와 연구원 모두에게 전방위 로비를 하는 '부패의 온상'임이 반복적으로 드러났다"며 "4대강 사업 역시 토건재벌건설사들을 위한 특혜제도로 전락한 실정이다. 턴키제도를 즉각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