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벤처캐피탈리스트가 부족하다"

김형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전무

입력 : 2012-06-08 오전 9:00:00
요즘 벤처캐피탈업계는 때 아닌 인력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2005년 벤처산업활성화 대책 이후 벤처투자가 현저한 회복세를 보여 벤처펀드 운용규모는 2006년말 4조 8925억원에서 5년 후인 지난해 말에는 9조4554억원으로 약 2배정도 늘어났다.
 
그러나 이를 운용할 벤처캐피탈업계의 전체인력은 같은 기간 7.4% 증가에 불과했고, 직접 투자를 담당하는 전문인력(벤처캐피탈리스트)도 약 31.5%가 증가하는데 그쳤다.
 
최근 5년동안 약 60개의 신규 벤처캐피탈사가 생겨남에 따라 이를 뒷받침할 인력수요도 필요한 상황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업계의 고민은 충분히 납득이 간다.
 
벤처캐피탈리스트라는 직업을 희망하는 사람이 많으니 부족한 만큼 새로운 인력을 채용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내용을 보면 그리 간단한 문제만은 아니다.
 
벤처캐피탈사의 인력체계는 대략 전문인력, 핵심운용인력, 대표펀드매니저로 크게 나뒨다. 가장 기본적인 전문인력이 되기 위해서도 법령에 규정된 자격요건을 갖춰야만 가능하고 이러한 전문인력을 2명이상 보유해야 새로운 벤처캐피탈사를 설립할 수 있다.
 
벤처캐피탈사가 펀드를 결성하고 운용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보유해야 할 핵심운용인력과 대표펀드매니저의 경우에는 벤처캐피탈리스트로서의 투자경력(기획관리경력 제외)이 최소한 3년 내지 5년이 필요하고 그 기간동안의 투자성과(Track record)도 보여줘야 한다.
 
또 핵심운용인력과 대표펀드매니저가 감당할 수 있는 펀드의 규모가 있기 때문에 펀드를 늘리거나 새로이 설립된 벤처캐피탈사가 펀드를 결성하려면 벤처캐피탈리스트에 대한 수요가 생겨나고 기존 인력을 영입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었기 때문에 인력난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즉, 최근 5~6년간 벤처캐피탈사의 신규설립 증가와 벤처펀드의 결성증가로 신규인력에 대한 수요는 급증했지만 벤처캐피탈리스트에 대한 까다로운 자격요건으로 인해 필요한 만큼의 인력을 외부에서 충분히 공급할 수 없어 인력수급에 차질이 생겨난 것이다.
 
요즘 벤처캐피탈업계에선 3년내지 5년 이상의 경력이 있는 30~40대의 벤처캐피탈리스트를 모셔가고(?) 지키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자칫, 대표펀드매니저가 퇴사라도 하게 되면 회사는 가볍지 않은 패널티를 받게 되고, 차기 펀드결성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대표펀드매니저를 또 구해야 하고, 이런 과정에서 연쇄적인 스카우트 경쟁으로 인해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인력부족에 의한 비용 증가도 벤처캐피탈의 경영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벤처캐피탈업계는 단기간에 투자를 2조원 수준으로 늘리기 위해 총력을 경주하고 있고 선진국이나 경쟁국에 앞서 미래의 경제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5조원 이상의 투자가 되어야 한다는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벤처캐피탈이 투자를 확대하고 훌륭한 기업을 키워내는 책임을 계속해 나가기 위해서는 현재 1200명도 되지 않는 벤처캐피탈 업계종사자도 1만명까지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벤처캐피탈이 현재 직면한 인력수급의 상황을 개선하는 한편, 다양한 경험을 보유한 새로운 인력이 충분히 공급되고 벤처캐피탈리스트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함으로써 벤처캐피탈의 경영안정과 투자확대를 위해서는 우선, 벤처캐피탈리스트에 대한 자격요건을 완화하거나 개선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법령에서 정한 전문인력에 대해서는 자격요건을 완화, 타산업경력을 인정하거나 교육시스템을 통해 자격요건을 부여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 핵심운용인력 및 대표펀드매니저 경력에 관련해서도 일률적이고 정량적인 기준보다는 벤처캐피탈 경력외에 PEF나 증권사, 투자은행 경력 등을 인정하는 등, 실제로 펀드를 운용할 능력을 검증하는 방안이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로는 우리나라에서만 시행되고 있는 대표펀드매니저 제도에 대한 개선이다. 대표펀드매니저는 펀드운용에 대한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이지만 자칫 인력운용을 지나치게 경직되게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책임과 권한의 불균등으로 인한 비효율의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대표펀드매니저 제도 대신에 핵심인력운용제도(Key Man Provisions)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셋째로는 벤처캐피탈리스트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시스템을 도입·점검함으로써 신규인력의 진입을 원활하게 함은 물론 기존 인력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윤리의식을 함양할 수 있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김형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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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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