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은 우리가 투자하는데 왜 수익은 인터넷기업이 가져가냐는 ‘무임승차론’, 급증하는 트래픽 때문에 콘텐츠 전송에 차별을 둬야 한다는 ‘망과부하론’, 인터넷전화나 메신저 등 때문에 수익성 악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수익잠식론’ 등이다.
하지만 인터넷업계에서는 이들 모두 근거가 없고 주장만 있다고 말한다.
◇ “망과부하로 망중립성이 재고돼야 한다?”
먼저 망중립성과 망과부하 문제는 별개의 것이라는 게 인터넷업계의 주장이다.
망중립성은 인터넷을 통한 콘텐츠 접근을 차별하면 안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망과부하는 망에 비해 트래픽 총량이 너무 많아 생기는 문제다.
그렇다면 망과부하를 트래픽 분산을 통해 해결하려 해야지, 왜 콘텐츠 접근 차별로 문제를 접근하냐는 것이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이사는 “현재 무선에서 대부분의 트래픽은 10%의 극소수 다량이용자(헤비유저)들이 쓰고 있다”며 “결국 이 상황을 만든 것은 가입자당 매출(ARPU) 증가를 위해 무제한 데이터요금제를 도입한 통신사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에 대한 제어와 네트워크 상호접속을 허용하면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인터넷은 수많은 네트워크간의 연계를 통해 트래픽 전송이 이뤄진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통신사들이 각자 네트워크를 갖고 상호접속을 막고 있다.
◇ “카카오톡 무료전화는 무임승차다?”
재주는 통신사가 넘고, 돈은 인터넷기업이 챙기는 이른바 ‘무임승차론’도 통신사들의 대표적인 거짓말이라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최성진 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은 “기본적으로 이용자는 망에 대한 사용대가로 이용료를 지불하고, 콘텐츠 전송량이 많은
NHN(035420),
다음(035720)과 같은 인터넷기업 역시 전용회선(Dedicated Line)에 대한 임차비용를 낸다”며 “여기에 돈을 추가로 더 낸다는 것은 합당치 않다”고 말했다.
흔히 이는 고속도로에 비유된다. 도로사업자는 통신사, 자동차는 이용자와 제조사, 관광지는 콘텐츠사업자다.
이용자는 톨게이트 비용(망이용료)를 내고, 관광지도 세금(망임차비용)을 낸다. 도로사업자는 이용자와 관광지 덕분에 먹고 살면서 뭐가 부족해서 또 돈을 걷냐는 것이다.
◇ “망투자로 통신사 영업비용이 하락세다?”
이에 통신사들은 수십조원에 이르는 망 투자비용에 비해 수익이 적다고 하소연이다. 옛날에는 국가가 나서서 투자비용을 보전해줬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으니 망에 대한 소유권이라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기업들은 문제 논점을 흐리지 말고, 차라리 이용료를 올리라는 입장이다.
전 이사는 “정확하게 망에 대해 얼마나 투자했으며 얼마나 수익을 올렸는지 데이터를 내놓고 합의점을 찾자”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통신사들이 결코 그렇게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용자로부터 걷는 수익은 세계 최고 수준인 반면 영업이익은 세계 최하인데 그 엄청난 돈 대부분이 다른 사업에 쓰였다는 깊은 의구심이 든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 “왜 통신사는 망중립성을 반대하나?”
최 국장도 비슷한 입장이다. 하지만 망중립성 컨퍼런스에 나가도 통신사들은 그에 대한 논의를 계속 회피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통신사들의 진심은 무엇일까.
많은 이들이 불편한 진실로 통신사들의 사업구조를 지적한다. 그들의 주 수익원인 망사업은 이제 한계에 왔다. 콘텐츠플랫폼, 혹은 디바이스 사업에 진출해야 되는 시기가 온 것이다.
계속해서 요금 올리기에 집중한다면 전국민적 반발에 직면한다는 것을 잘 안다. 이로 인해 통신사 모두 인터넷과 방송사업에 진출했으며, 심지어 SK텔레콤은 반도체 기업인 하이닉스를 인수하기도 했다.
통신업계 한 내부관계자는 “그간 많은 노하우를 쌓아온 포털이나 제조사들과 경쟁해서 이기려면 망에 대한 통제권이 필요하다”고 털어놨다.
실제 최근 KT는 자사 IPTV를 허용하면서도 스마트TV 접속을 차단했다. 또 SK텔레콤은 자회사
SK컴즈(066270)를 통해 모바일 인터넷전화를 내놓으면서도 보이스톡을 시작한 카카오톡을 적극 견제하고 있다.
전기통신사업법 3조에 따르면 사업자는 정당한 사유없이 전기통신역무 제공을 거부하면 안된다. 하지만 이들은 생존을 위해 불공정경쟁의 길을 택한 것이다.
전 이사는 “엄밀히 말하면 지금 게임에서 지고 있는 통신사들이 룰을 바꿔 상황을 타개해보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