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식기자] “뚜뚜뚜뚜뚜뚜”
PC통신 이용자라면 친숙하게 들릴 모뎀 접속소리다.
실제 90년대 많은 젊은이들이 동호회, 채팅, 자료실 등 당시만 하더라도 혁신적이라 할 수 있는 PC통신 서비스를 경험했다.
여러 PC통신 서비스 가운데 영향력이 높았던 것 중 하나는 단연 하이텔이었다. 적지 않은 이용료였음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망과 다양한 콘텐츠 덕분에 늘 이용자들이 몰렸다.
하지만 2000년대 초고속인터넷망 보급에 힘입어 인터넷이 활성화되자 하이텔은 거대한 변화의 물결에 직면하게 됐다. 새로 등장한 포털과 커뮤니티 사이트들이 기존 PC통신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무료로 내놓자 이용자들이 동요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이텔은 변화에 적응해야 했다. 그간 쌓아온 유동성을 바탕으로 인터넷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한편 과감히 유료모델을 폐기해야만 했다. 하지만 기득권을 포기하지 못해 도태되고 말았다.
이후 하이텔은 한미르와 통합, 파란이라는 포털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파란은 예전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했지만 여전히 포털시장의 새 바람을 일으키긴 쉽지 않았다.
혁신없는 서비스에 이용자들이 움직이지 않은 것이다. 결국
KTH(036030)는 15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포털 파란을 종료한다고 발표하기 이르렀다.
KTH가 파란사업을 접은 가장 큰 계기는 적지 않은 기간 상당한 투자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성과를 내지 못해 모회사 KT가 포기 의지를 내비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뭘 하더라도 시장의 반응은 잠잠하기만 하니 KT 입장에서 파란은 비용만 잡아먹는 애물단지에 불과했다. KTH에 따르면 파란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 불과하다.
앞으로 KTH는 모바일사업 역량 강화를 통해 난국을 타개하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아직 불투명하다.
인터넷업계 한 관계자는 “푸딩시리즈, 아임iN 등 KTH가 보유한 인기 애플리케이션은 워낙 수익모델이 취약하기 때문에 운영업체측에서는 앞으로 사업전개에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푸딩시리즈는 낙후된 모바일광고에 의존하고 있다. 아임iN 역시 지역 중소상인을 타겟으로 하는 마케팅플랫폼 사업이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최소 2~3년이 더 걸린다는 게 KTH 내부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밖에도 파란사업 종료에 따라 모회사에 대한 의존율이 더욱 높아진다는 점이 향후 리스크로 남을 전망이다. 현재 KTH의 가장 큰 수익원은 SI성 매출과 영상콘텐츠 이용료다. 이들 모두 KT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것들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게임과 더불어 독자적인 사업이라 할 수 있는 파란이 없어졌으니 앞으로 KT로부터 경영에 대한 간섭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서정수 KTH 대표이사는 “파란 이용자에게 서비스 종료라는 소식을 전해 매우 죄송하다”며 “앞으로 모바일사업에 집중, 시대에 걸맞는 고객가치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