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통합진보, '전쟁'같은 당권레이스 개막

당 대표 1:1 구도.. 16개 시도당 및 지역단위 갈수록 '오리무중'

입력 : 2012-06-19 오후 4:52:22
[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오는 25일부터 29일까지 당원투표로 당선자를 가리는 통합진보당 2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국동시당직선거 후보군 윤곽이 드러났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포함한 지도부 및 전국 16개 광역시도당 위원장과 지역위원회 위원장, 중앙위원, 대의원 등 주요 간부들을 뽑는 이번 선거는 혁신비상대책위원회를 지지하는 쇄신파와 이에 반발하고 있는 구 당권파 사이의 일대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쇄신파는 혁신비대위가 추진해 온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사퇴 등 일련의 혁신안들을 이어가기 위해서, 구 당권파는 당권 재탈환으로 검찰과 여론의 전방위적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당직선거에 총력을 기울일 태세여서 결과가 주목된다.
 
◇강기갑·강병기, 당 대표 놓고 격돌하는 30년 우정
 
당 대표 자리를 놓고 맞붙는 강기갑 혁신비대위원장과 강병기 전 경남정무부지사의 '강 對 강' 대결은 쇄신파와 구 당권파의 시각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이는 두 후보가 19일 오전 출연한 복수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강 비대위원장은 자신의 이름으로 이석기·김재연 의원을 당기위에 제소한 만큼 2차 진상조사보고서가 어떻게 결론이 나더라도 두 의원의 사퇴로 통합진보당이 부실·부정경선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맞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강 전 부지사는 출마선언문에서 "두 의원의 자진사퇴가 맞다"고 했었지만 19일에는 "1차 진상조사보고서가 매우 왜곡됐기 때문에 억울하다는 입장이었지 않냐"며 "2차 진상조사 결과 발표 위에서 판단할 문제로 변했다"고 구 당권파의 손을 들어주는 모습이었다.
 
정가에서는 혁신비대위를 지지하는 민노계 인천연합과 참여계, 진보신당 탈당파가 뭉친 쇄신파와 민노계 경기동부·광주전남연합, 부·울·경을 등에 업은 구 당권파의 수가 엇비슷한 가운데, 조직력에서는 구 당권파가 다소 앞설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침묵의 형벌'을 자청한 이정희 전 공동대표의 울산·부산行이 심심찮게 들리는 것도 막후의 조직을 정비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분당은 없다"고 한 쇄신파에서도 이번 당직선거에서 밀리면 돌아갈 정치판이 없다는 점에서 배수진을 치고 있어 접전을 예상해 볼 수 있다. 
 
한편 당 대표 선거와 별도로 치러지는 최고위원 선거는 5명 선출에 6명이 출마를 해서 '강 對 강'의 형세보다는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일단 출마자 면면을 보면 쇄신파에서 천호선 전 대변인·이정미 현 대변인·이홍우 혁신비대위원이 나섰고, 구 당권파에서 유선희 당원비대위 집행위원장·이혜선 노동위원장·강 전 부지사와 함께 부·울·경 소속 민병렬 혁신비대위 공동집행위원장이 뛰어들어 수의 균형을 맞췄다.
 
하지만 당헌당규에서 여성 2명을 최고위원에 반드시 포함하게 하고 있어 남성 출마자 셋(천호선·이홍우·민병렬)은 당선이 무난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정미 대변인과 유선희 당원비대위 집장이 유력한 후보로 점쳐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구 당권파가 이혜선 노동위원장을 내세워 같은 노동계인 이홍우 혁신비대위원의 낙선을 겨냥한 노림수를 쓴 것 아니냐고 보고 있기도 하다.
 
◇16개 시도당 단독 출마 5곳 모두 혁신파 성향.. 격돌하는 11곳은 '오리무중'
 
16개 광역시도당의 판세는 지도부 선출 국면에 비하면 다소 복잡해지고, 이러한 경향은 각 지역위원회 위원장과 부위원장 및 중앙위원·대의원 선거로 갈수록 심해지는 모습이다.
 
우선 16개 광역시도당 가운데 단독 후보가 출마한 지역은 부산(고창권 현 공동위원장)과 인천(김성진 전 민노당 최고위원), 대구(이원준 전 대구지하철 노조위원장), 전북(방용승 현 공동위원장), 제주(이경수 현 공동위원장) 5곳으로 후보자 모두 혁신비대위를 지지하거나 혁신비대위에 가까운 성향을 띄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들의 당락은 당원들의 찬반투표로 결정되는데, 당 안팎에서는 무난히 당선될 것으로 보고 있어 쇄신파에서는 한결 유리한 입장이다.
 
그렇지만 경기동부연합의 본산인 경기도당 등 나머지 11개 지역에서는 쇄신파와 구 당권파가 물러설 수 없는 대결을 앞두고 있어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구 당권파에서 6월 말 당권 재탈환을 통해 억울한 누명을 벗고 재기하겠다는 조직적 움직임이 감지되자, 쇄신파에서도 긴장과 함께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관심을 끄는 지역으로는 송재영 군포시지역위원장과 안동섭 전 민노당 최고위원이 출마한 경기도당, 홍용표 현 서울시당 공동위원장과 김승교 전 중앙선관위원장이 겨루는 서울시당 등이 꼽히고 있다.
 
이 밖에 지역단위로 선거구를 더욱 좁히게 되면 지역위원장과 부위원장,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중앙위원과 대의원 자리를 둘러싸고 쇄신파와 구 당권파가 첨예한 경쟁을 벌이고 있어 결과에 대한 예측은 더욱 어려운 상태다.
 
이러한 판도 속에서 19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은 시작이 됐다. 혁신이냐, 회귀냐. 통합진보당의 명운을 가를 것으로 보이는 당권레이스의 결과에 따라 내달 8일 2기 지도부 출범식의 분위기도 크게 바뀔 전망이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