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복지 전달체계의 문제점은 복지서비스를 전달할 인력의 문제로 좁혀진다. 복지수요는 점점 늘고 있는데, 복지서비스를 전달할 사람이 없다는 얘기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사회복지사 등 관련직종이 인기를 끌고는 있지만, 수요를 따라가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다.
특히 복지서비스 공급인력 부족은 곧바로 복지서비스의 양과 질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복지 현장의 열악한 근무 환경과 낮은 보상 체계 등도 인력 부족의 원인으로 꼽혔다.
전문가들은 양질의 복지서비스를 전달할 인력 확충과 열악한 사회복지 현장의 환경 개선, 정부의 재정 지원 확대 등을 시급한 과제로 지적했다.
◇인구 1000명 당 복지공무원 0.43명
2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사회복지담당 공무원 수는 2만1712명이다. 이 중 현장을 직접 돌아다니며 사회복지 업무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사회복지전담공무원 수는 1만639명에 불과하다. 인구 1000명 당 0.43명 수준이다.
국제노동기구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지난 2004년 기준 인구 1000명당 평균 12.24명의 사회복지담당공무원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의 약 30배에 달한다.
복지국가로 불리는 덴마크가 인구 1000명당 57.51명, 스웨덴은 38.73명, 일본이 2.04명인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복지공무원 수준은 턱없이 낮은 실정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작년 정부 발표대로 오는 2014년까지 사회복지담당공무원 비율을 7000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사회복지전담공무원 1800명 안팎의 신규 채용이 이뤄졌다"면서도 "다른 국가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부족하다"고 인정했다.
실제 정부는 지난해 7월 오는 2014년까지 지방자치단체의 사회복지담당공무원을 7000명 증원한다는 내용의 '복지전달체계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개선대책에 따르면 작년 사회복지담당공무원 1060명 충원에 이어 올해는 3000명, 2013년 1800명, 2014년 1140명 등 단계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 중 5000명은 읍·면·동에, 2000명은 시·군·구에 각각 배치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올해부터 3년간 지자체에 총 1620억원의 예산을 '복지전달체계 개선사업비'로 지원한다.
그러나 7000명을 증원하더라도 현재 읍·면·동별로 1.6명 수준인 복지공무원 수는 오는 2014년 3.0명으로 증가하는 데 그치고, 전체적으로도 인구 1000명 당 0.43에서 0.61명으로 소폭 늘어날 뿐이다.
민간 사회복지시설·기관·단체 또한 사회복지사 인력이 부족해 늘어나는 복지 수요자들을 감당하기에 벅찬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위원은 "사회복지담당공무원을 7000명 증원하는 것은 사회적 요구에 따라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약간의 '순증'일 뿐"이며 "전체적으로 여전히 적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열악한 환경·낮은 임금이 서비스 질 저하
복지전달체계의 핵심중의 하나인 '공급 인력 부족'은 복지서비스의 양과 질에도 영향과도 직결된다.
서울 종로구 한 주민센터에서 사회복지전담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이씨(27)는 "늘어나는 복지 수요와 밀려오는 업무 속에서 현장을 둘러보는 것조차 쉽지 않다"며 "현장을 나가도 공무원 한 명당 담당하고 있는 가구수가 워낙 많아 세밀하게 챙길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찾아가는 복지, 발굴형 복지'는 현실에서는 실천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정부가 복지서비스의 개선을 위해 올해부터 '희망복지지원단'을 출범, 저소득층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지만 아직은 시행 초기여서 성과가 미흡한 상황이다. 인력 또한 자치단체별로 평균 10명정도에 불과하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위원은 "'희망복지지원단'은 좀 더 체계적인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업무 자체가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사례관리' 업무"라며 "지원단 내에 민간의 사회복지경력 전문가들이 있다고 해도 기존 행정 업무에 익숙한 공무원들이 비정형 일에 잘 정착하고 시스템에 조화를 이룰지는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복지 현장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낮은 임금 수준도 종사자들의 근로 의욕을 저하시킨다. 이는 곧 수요자들에게 전달되는 복지 서비스의 질과도 연결된다.
서울의 한 지역아동센터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는 이씨(30)는 "열악한 근무환경과 낮은 보상은 사회복지사의 사기와 직무만족도를 현격히 저하시키는 요소"라며 "연차를 더해도 월급은 제자리라 심각하게 이직을 고민하는 사람들도 많고, 실제 이직률 또한 타 직종에 비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복지 현장의 최대 과제로 임금체계 단일화와 급여 현실화를 꼽는다"며 "사회복지종사자들의 열악한 현실이 개선돼야 복지서비스도 향상된다"고 강조했다.
실제 우리나라의 사회복지 지출은 경제협력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해서 열악한 수준이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1년 국가경쟁력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사회복지 지출은 34개 회원국 중 33위를 기록했다.
국책연구기관 연구위원은 "사회복지사의 열악한 근무 환경 개선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고 오래 전부터 계속 해오던 얘기"라며 "결국 정부 차원에서 재정을 늘려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