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증권사의 채권관련 수익 비중이 커진 시점과 침체된 주식시장 대비 채권시장의 상대적 매력이 부각된 시기와 맞물렸습니다.”
채권시장 1세대로 꼽히는 황보영옥 한국투자증권 채권운용본부 상무(사진). 그는 ‘음지(陰地)’에 머물던 채권시장 종사자들을 양지로 끌어올린 일등공신이 보릿고개에 있는 주식장이라고 말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증권사 수익은 대체적으로 전 부분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올해들어 시장은 확 바뀌었다. 유럽 재정위기 이후 주식시장 침체는 증권사의 전반적인 수익구조를 바꿨다.
“대체로 주식시장이 상승세면 채권시장은 좋지 않아요. 반면 채권시장이 좋은 시절은 주식시장 흐름이 나쁘죠. 코스피가 내려야 채권시장이 강세, 보통 그렇습니다.”
증권사는 대부분 수수료(Fee) 비즈니스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증권사의 경우 직접 운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형사든 소형사든 주식을 직접 자기 포지션으로 운용하는 증권사의 수익은 많아야 몇백억원 수준인데다 이마저도 자기투자해서 버는 수익은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차지 비중이 미미하기 때문이라는 게 황보 상무의 설명이다.
“CMA(종합자산관리) 계좌의 환매조건부채권(RP) 잔고가 늘면서 대형 증권사도 그렇지만 중소형 증권사도 마찬가지로 가장 많이 가진 자산이 채권이 됐습니다. 실제 주식을 직접 운용하는 증권사의 수익이 몇 백억인 데 반해 대부분의 대형 증권사의 채권 운용규모가 프랍(자기자본거래), 소매채권, ELS(주가연계증권) 등 모두 합해 10조원 정도에 달하다보니 금리 변동에 따른 손익 변동 또한 커진 것이죠.”
그만큼 증권사의 채권운용의 기여도가 커졌다는 의미다. 현재 한국투자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은 담보 포함 RP 판매고 기준 7조~8조원, 대우증권과 현대증권은 5조~5조5000억원 규모의 채권을 운용하고 있다.
◇투신사→증권사 이동 시기 '적절'
“운이 좋았죠. 1989년 한국투자신탁운용에 입사해 채권 펀드매니저를 하다가 2006년 한국증권으로 사간 이동을 했는데, 그때가 공교롭게도 소위 채권시장의 무게중심이 투신사에서 증권사로 이동하는 시기였습니다.”
과거 자산운용사의 채권형 펀드는 일부 기관만이 BM 배분 하에 일정 운용할 수 있었다.
그러다 2006년 이후 증권사의 CMA RP 영업이 허용되면서 투신사가 채권시장에서 하던 역할은 자연스레 증권사로 넘어오게 됐다.
“물론 채권시장의 주요 참여자들은 자산운용사, 즉 투신사나 증권사가 아닌 은행·보험·연기금 등이었지만 투신사는 줄고 증권사는 느는 과정에 운 좋게 죽는 시장에서 큰 시장으로 옮겼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투신사가 고객 돈 불리는 역할을 했다면 증권사는 회사자금을 불리는 역할을 하지요. 평가측면에서도 막연한 수익률 대비 평가를 받던 것에서 돈으로 평가받는 자리로 바뀐 것으로 기회가 아주 좋았죠.”
2006년 이후 만 6년이 된 셈인데 돌이켜보면 성과 또한 좋았다고 한다. 특히 지난해 한국투자증권은 증권사 전 회계기준 채권 RP 수익률로 따져 가장 높은 수익을 냈다.
◇"겸손이 중요..스타플레이어 없어"
그는 채권 펀드매니저가 갖춰야 할 덕목으로 ‘겸손’을 꼽았다. 주식도 마찬가지고 운용업 자체가 그렇겠지만 시장의 내일, 한 달 후, 두 달 후, 1년 후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시장을 겸허하게 대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큰 회사에 있다 보면 시장을 좌지우지해보고 싶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유혹에 빠지기 쉽습니다. 그러나 채권시장은 한두 사람의 힘으로 움직일 수 있는 데가 아닙니다. 여러 가지 채권시장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있지만 펀더멘털, 수급심리, 통화정책 등을 모두 읽고 균형감 있게 보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운용역 8명을 포함한 총 12명의 한국투자증권 채권운용팀은 하루 한 번 회의를 한다. 시장에 영향을 주는 변수를 체크하고 듀레이션 등 운용방향을 결정하기 위해서다. 바뀌는 시장에 대비하는 전략 포트폴리오(SP) 회의다.
또 일주일에 한 번 하는 장 마감 후 회의에서 전체 포트폴리오의 70%를 가져가는 모델포트폴리오(MP)를 정한다. 이를 통해 채권 만기별, 종류별 보유비중을 정한다.
“증권사에서 매일 회의하는 곳은 우리밖에 없다고 팀원들이 어려움을 토로하곤 합니다. 그러나 설상 포지션을 바꾸지 않더라도 회의를 통해 의견을 나누고 시장에 겸허함을 갖게끔 합니다.”
타고난 동물적 감각으로 시장에 대처하는 이도 있겠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다. “한두 사람이 플레이하는 증권사들도 분명 있어요. 1~3개월 단기적으로 보면 우리가 특정구간 상대적으로 뒤쳐질 수 있지만 결국 실수를 줄이고 오류를 줄이는 데 제 역할을 해낸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채권운용팀의 인력확충 계획은 없다. 하지만 ‘예비역 양성 차원’에서 매년 한 명의 신입사원을 받고 있다고 했다.
“최근 증권사의 채권 운용역은 직업의 퀄리티나 성과에 대한 보상이 크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대한민국 금융회사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 이들 중에서도 베스트오브베스트들의 지원이 늘고 있습니다. 회사 차원에서도 우수 인력 확보를 주문하는 편입니다.”
베테랑 책임 채권운용역의 금리 전망이 궁금했다.
“기준금리와 채권금리가 접점에서 너무 오래 붙어 있습니다. 기본적인 펀더멘털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은행의 낙관적인 전망이 상당 기간 동결 스탠스를 이끌었지만 최대 이슈로 떠오른 가계부채를 위해서라도 기준금리 인하를 생각해야 할 시기라고 평가해요.”
지금까지 가계부채에 도움을 주기 위해 기준금리를 낮춘 것이라면 지금 상황에선 오히려 가계부담을 덜어주는 측면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시기와 관련 내달은 이르다는 부연. 8월 이후 두어 번의 기준금리 인하가 전망된다고 황보 상무는 덧붙였다.
다음은 황보영옥 한국투자증권 채권운용담당 상무 약력.
-1986년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1989년 한국투자신탁 입사
-1996년 한국투자신탁 채권운용부 채권형펀드매니저
-2000년 한국투자신탁운용 채권운용1팀장
-2002년 동원투자신탁운용 채권운용팀장
-2005년 한국투자신탁운용 채권운용1팀장
-2006년 한국투자증권 채권운용부장
-2008년 한국투자증권 프로젝트금용본부 채권운용담당(상무보)
-2009년3월~현재 한국투자증권 자산운용본부 채권운용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