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정부가 예산편성을 하면서 정부 보유주식의 매각대금을 과다하게 평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가 한차례 경고와 함께 시정요구까지 했지만,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6일 공개한 '2010 회계연도 결산시정 요구사항 조치결과 분석'자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올해 예산편성에서 기업은행 등 정부보유주식의 매각대금을 과다하게 계상했다.
정부는 보유주식을 매각해 세입예산에 반영하기 때문에 매각대금이 부풀려지면, 재정수지의 적자규모가 실제보다 적어지는 '착시효과'가 발생한다.
특히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예산편성시 기업은행 주식 매각대금 추계의 정확성을 높이라는 국회의 시정요구사항에 대해 조치를 완료했다고 보고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대로 시정되지 않고 있다.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정부의 2012년 기업은행 주식매각대금 예산은 2011년 예산 7198억원보다 42.1% 증가한 1조230억원으로 편성됐다.
예산정책처는 "올해는 유럽재정위기가 국내 금융시장과 실물시장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주식시장에 중장기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은데, 전년보다 42.1%나 증가한 금액을 예산에 반영한 것은 추계의 정확성이 담보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특히 예산정책처는 정부가 현실적으로 지분 매각의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도 매각대금을 억지로 예산에 집어넣어 재정운용방향 정립에 혼란을 야기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예산정책처는 "금융시장 침체에 따라 주가가 저평가된 시점에 무리하게 매각을 추진할 경우 헐값매각 및 국부유출 논란을 야기시킬 수 있는 만큼, 지분 매각은 시장안정으로 지분가치가 오른 뒤에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며 "수납여부가 불투명한 세입항목에 대해 대규모 예산을 계상하는 것은 예산상의 재정수지 적자규모를 실제보다 과소하게 산출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올해 예산에는 기업은행 지분 뿐만 아니라 산업은행 지분매각대금 8808억원도 최초로 반영됐는데, 매각방법조차 결정되지 않는 등 원론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이 또한 실제 매각 가능성은 극히 낮은 상황이다.
산은지주가 올해 안에 기업공개(IPO)를 완료하겠다고 하지만, 산업은행의 외화채무 원리금 상환에 대한 정부보증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공개, 입찰공고 등의 시간을 고려하면 올해 안에 매각대금이 국고에 수납된다는 것은 어렵다는 게 예산정책처의 판단이다.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불투명한 세입항목의 과다계상은 예산심의시 재정운용방향 정립에 혼란을 야기시키고, 불요불급한 세출사업의 조정을 지연시킬 우려가 있다"며 "정부가 2013년 예산편성을 할 때에는 보유주식의 매각대금을 과다계상하지 않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