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 1년②)'대기업 맞춤형?'..中企, 원산지 증명 '걸림돌'

입력 : 2012-07-02 오전 7:31:00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부뚜막의 소금도 넣어야 짜다'는 말처럼 자유무역협정(FTA)은 그 활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성과가 갈린다.
 
유럽연합(EU)과의 FTA에서 적지 않은 기업들이 관세인하 혜택을 누렸지만, 한편으로는 상당수 기업들이 관세혜택을 받는 방법을 몰라서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 소금을 넣는 방법을 몰라 짠 맛을 느끼지 못한 것이다.
 
특히 FTA 혜택은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에 집중됐다. 인력과 재정 등 여러가지 여건이 좋은 대기업은 소금 맛을 느낄 방법을 쉽게 찾았지만, 여건이 좋지 않은 중소기업들은 어떻게 방법을 찾아야할지도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대기업 〉중소기업' 혜택 불균형
 
방법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혜택의 차이는 극명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한국 대기업들의 대(對) EU 수출액 비중은 전체 EU 시장에서 0.7% 수준을 차지하고 있지만, 한국 중소기업들은 EU시장에서 0.2%도 채 안되는 비중에 그치고 있다.
 
한국 대기업들의 EU 수출액은 FTA가 발효된 2011년 7월에 33억8200만 달러, 9월 37억3700만 달러, 11월 31억6700만 달러로 30억 달러 대의 수출액을 유지하고 있지만, 한국 중소기업들은 2011년 7월 8억1800만 달러, 9월 8억3400만 달러, 11월 8억5900만 달러로 EU 수출액이 8억달러 수준에 그쳤다.
 
그나마 시간이 갈수록 중소기업 수출액 비중이 소폭 증가하고 있다는 것 외에는 암울한 비교수치다.
 
FTA 특혜관세 활용율을 보면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차이는 더욱 뚜렷해진다.
 
기획재정부와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EU FTA 특혜관세 활용율은 61.4%로 다른 국가들과의 FTA보다 높지만, 품목별로 보면 대기업으로의 활용율 쏠림현상이 심각한 실정이다.
 
대기업들의 주요 수출품이자 FTA 수혜품인 승용차는 FTA 활용율이 64.9%, 석유제품은 76.1%의 높은 활용율을 보였지만, 중소기업 제품이 주를 이루는 영상기기 부분품은 4.9%, 광섬유와 렌즈는 11.6%, 축전지는 53.7%의 저조한 활용율을 기록했다.
 
◇中企 "원산지증명 어렵다"는데 대책은 오리걸음
 
중소기업들의 FTA활용도가 낮은 이유는 FTA의 핵심인 원산지증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양자간의 FTA에서는 수출품이 한국산임을 증명해야만 낮은 관세율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조사한 수출 중소기업의 FTA활용실태에 따르면 수출 중소기업의 88.3%가 원산지증명서와 관련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대부분 정보 부족과 까다로운 절차, 회사내의 담당인력 부족 등 원산지 관련 인프라와 인력난을 호소했다.
 
유럽으로 섬유제품을 수출하는 중소기업 C사는 원산지 전담인력을 구하지 못해 1년이 지난 아직도 FTA혜택을 보지 못했다. 해외영업과 회계분야에 직원 3명 이상이 더 필요하지만 새로 구하기도, 기존 인력을 활용하기도 쉽지 않았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고 산업정책팀장은 "복잡한 관세감면 규정이나 한국산 원산지기준 등을 기업들이 판단해서 진행할 수 있도록 인프라가 조성돼야 한다"며 "수 많은 업종마다 원산지 기준이 다 다른데 해당 전문가들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중소기업에 대한 FTA지원을 위해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기관별로 지원내용도 다르고 전체 수출중소기업을 지원하기에는 규모에서도 여전히 미흡한 게 현실이다.
 
지난해 FTA컨설팅 사업실적은 관세청이 734개사, 중소기업청이 10개사, 중소기업진흥공단과 원산지정보원(FTA닥터)이 820개사, 지역 FTA활용지원센터에서 469개사를 지원했다. 전체 수출중소기업 수가 2만여개인 점을 감안하면, 현장에서 '간에 기별도 가지 않는다'고 평가할 만 하다.
 
사업 내용도 품목분류, 원산지 판정, 원산지증명서발급, 인증수출자 지원 등 기관간에 중복되는 것이 다수이고, 실무부처인 관세청의 경우 FTA컨설팅 사업예산이 2011년 7억5000만원에서 2012년에도 7억5000만원으로 변함이 없는 등 서비스 확대의 의지도 없는 실정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중소기업들의 FTA 특혜관세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맞춤형 컨설팅 등 지원대책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올해부터 민관 합동으로 'FTA 활용지원 정책협의회'를 열어 보다 효과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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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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