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경제민주화' 논쟁이 뜨겁다. '경제'와 '민주화'라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조합이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어울리지 않는 조합의 용어다 보니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의미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재벌'개혁이 곧 경제민주화라는 등식으로 접근하고 있고, 관련 기업규제 정책을 공약으로 쏟아내고 있다.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 순환출자 금지, 지주회사 규제강화, 금산분리 강화, 기업범죄 처벌강화, 재벌세 부과 등 손으로 꼽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은 규제방안이 최근 단기간에 공론화되고 있다.
근거는 헌법 제119조 2항이다. 119조 2항은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러나 정치권의 이러한 움직임은 헌법을 지극히 자의적이고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비판도 함께 받고 있다.
헌법 119조는 2항에 앞서 1항에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쓰고 있다.
1항에서 자유시장경제의 원칙을 천명하고, 2항은 그로 인한 부의 편중이나 부작용을 막기 위해 국가가 개입할 수 있다는 부수조항이라는 것인 헌법학자들의 견해다.
재벌규제 법률이 이 부수조항에 적합한지도 불확실한데다 헌법의 기본원칙인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역시도 다시 따져봐야 하는 문제가 있다.
헌법 119조 2항은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인 1987년 개헌헌법에 들어갔는데 이제와서 새삼 화두가 되고 있는 이유도 대단히 정치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새누리당이 출범시킨 이명박 정부가 '경제를 살리겠다'는 일념하에 각종 기업에 대한 규제대못을 뽑고, '비즈니스 프랜들리'를 외치며 기업친화적인 정책을 펴 왔던 것을 감안하면, 지금 정치권의 재벌개혁 움직임은 스스로를 부정하는 낯부끄러운 일이다.
결국 대선이라는 거대 정치이슈를 앞두고 대다수의 표를 쥐고 있는 일반 국민들에게 재벌이라는 극소수에 대한 개혁의지를 내비추겠다는 정치적인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다.
표를 의식한 경제민주화는 헌법이 말하고 있는 자유시장경제를 부정하고, 그 부작용을 막는 방법도 될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