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보도투쟁 전환 마무리 수순..해결할 숙제 여전히 산적

공정보도 기치로 보도투쟁 전환..해직자·시용기자 둘러싸고 인사 후폭풍 우려

입력 : 2012-07-15 오후 6:11:18
[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170여일간 파업을 진행 중인 MBC 노조(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의 현장 복귀가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이와 관련한 공식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MBC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집행부가 ‘현장 복귀’를 전제로 지난주부터 조합원 간담회를 진행 중이고, 이르면 오는 17일 파업이 종료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당초 ‘공정방송’을 기치로 내건 MBC 노조의 쟁의행위는 이로써 파업에서 보도투쟁으로 형태를 바꾸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모양새다.
 
김재철 사장이 물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파업을 종료하는 부담이 있지만 투쟁의 목표를 고수하는 한 복귀 시점 자체가 중요하지 않다는 게 노조의 판단이다.
 
이번 MBC 파업은 KBS, 연합뉴스, YTN 등 공영성을 띤 언론사의 '연쇄파업'을 촉발해냈고 가장 질기게 싸움을 이어갔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파업 초반 ‘시기’를 문제 삼는 여론도 없지 않았지만, 지난 2005년 ‘황우석 파동’이나 2008년 ‘미국산 쇠고기 파동’ 당시 사방의 공격을 무릅쓰고 날이 선 보도를 놓지 않던 MBC의 건강성을 믿는 여론은 여전히 많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이번 파업으로 정치권 앞에 선 한국 공영방송의 허약함과 이에 대한 반성을 토대로 제도 개선 등 다양한 논의를 수면 위로 끌어냈다는 점은 성과로 꼽을 만하다.
 
그러나 이번 파업으로 인해 산적한 과제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현장 복귀 이유를 여야가 19대 국회 개원 조건으로 '방송 정상화 노력'을 약속했다는 것에서 찾고 있지만, 정치권의 ‘신호’가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파업 종료 명분은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실제 MBC 파업을 폄훼하는 쪽에서는 야권에 기댄 정치파업이라고 깎아내리고 있지만 유승민,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이 김재철 사장이 임기를 잇는 데 반대 입장을 내놓는 등 여권 일각에서도 MBC 파업에 공감을 표하는 여론이 적지 않다.
 
정작 문제는 실질적 키를 쥐고 있는 이한구 새누리당 원대대표가 “파업은 내부문제”라는 입장을 고수 중이고, 대선후보 위치에선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 MBC 파업과 관련해 “안타깝다”고 언급하는 데 그치는 등 여전히 애매모호한 말만 흘리고 있다는 점이다.
 
MBC 노조가 바라는 대로 김재철 사장이 물러난 해서 모든 문제가 단박에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공영방송’으로서 온당한 목소리를 내고자 했던 이들이 지난 연말연초 미디어렙 입법 정국에서 공영렙을 거부해 파업을 앞두고 여타방송사의 연대를 끌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은 일을 상기하면, MBC 구성원의 향후 행보가 이들이 원하든 원치 않든 MBC의 정체성 문제를 촉발하는 화약고로 작용할 수 있다.
 
이번 파업으로 사측이 입은 상처도 크다.
 
김재철 사장은 2014년까지 임기를 채우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사장으로서 능력과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어 자리를 보전해도 ‘식물사장’으로 남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취임 전후 ‘낙하산 논란’부터 ‘청와대의 조인트 의혹’에 휩싸이다 급기야 무용가 정아무개씨와 부적절한 관계까지 의심 받고 있는 김 사장은, 재차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거대 언론사를 책임지고 있는 관리자로서 조직을 망가뜨린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파업기간 사태를 원만히 해결하는 데 힘쓰기보다 대책 없이 시용기자를 채용하고 유례없이 징계를 남발함으로써 후과를 남겼다는 비판도 상당하다.
 
이에 따라 노조가 현장에 복귀해도 해직자와 시용기자로 인한 인사문제와 내부 갈등은 당장의 현안이자 장기과제로 부상할 공산이 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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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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