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대법관 후보자 '김병화'와 '안대희' 전 대법관

입력 : 2012-07-16 오후 4:42:26
[뉴스토마토 최현진기자] 지금으로부터 10여년전, 국민검사라고 불리는 검사가 있었다.
 
지금이나 그때나 검찰은 국민들로부터 항상 '욕'을 먹는 조직이었지만, 안대희 검사는 달랐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으로 활동하던 2003년 당시 그는 정권초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측근들에 대해 예리한 수사의 칼을 들이댔다.
 
또 비슷한 시기에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대선 불법자금 수사를 통해 현역의원 23명을 포함해 정치인 40여명, 기업인 20명을 처벌했다.
 
'성역 없는 수사'로 명성이 높았던 그는 '국민검사'로 불리우며 국민으로부터 신망을 얻어 검사 최초로 '팬클럽'이 결성되기도 했다.
 
"사건을 판단하는 입장은 차이가 있을 수 있지요. 그러나 판사나 검사나 똑같이 법과 양심이 기준 아니겠습니까? 똑같은 것 아니겠습니까?"
 
2006년 6월27일 대법관 후보자로 제청된 안대희 후보자는 검사 출신이 대법관직을 잘 수행할 수 있겠느냐는 의원들의 질문공세에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불법 정치자금 수사 과정에서 정몽구 현대차 회장을 구속수사한 것과 관련해서는 "재벌 한 사람 구속된다고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소신발언을 하기도 했다.
 
대법관 임명에 앞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도 그는 단호하지만 겸손한 자세로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 사형폐지문제, 면책특권, 간통죄 등 대법관으로서의 사법관을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의연히 대답했다. 그는 결국 같은해 7월11일 대법관으로 취임했다.
 
"절대 그런 일은 없습니다", "오늘 처음 듣는 얘기입니다", "저는 그 사건과 전혀 연관이 없습니다, 위원님."
 
6년 뒤, 안 대법관의 후임 후보자로 임명제청돼 같은 자리에 선 김병화 후보자는 지난 11일 인사청문회에서 각종 비리 연루 의혹을 추궁하는 의원들의 송곳질문에 진땀을 빼며 해명하기에 바빴다.
 
의원들의 질문은 여야를 막론하고 김 후보자의 저축은행비리 관련 의혹, 아들 병영혜택 의혹,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등에 집중됐다.
 
청문회가 진행되는 동안 대법관으로서 김 후보자의 사법관을 검증할 시간은 없었다. 김 후보자 개인에 대한 의혹들이 너무 많은 까닭이었다.
 
한 검찰 관계자는 김 후보자에 대해 "하루에 한번 꼴로 새로운 의혹이 나오고 있다"면서 "불거진 의혹이 많은데 대법관이 되기에는 힘들어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안 대법관은 국민들은 물론 검찰 내부에서도 존경받는 검사였다. 대법관으로 근무하면서는 "한번도 내가 남의 식구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늘 말해 법원 내에서도 그의 인품을 흠모하는 법관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김 후보는 친정인 검찰 내부에서도 신뢰를 잃고 있다. 그의 인사청문회를 지켜본 법원 내부에서도 "매우 부끄러운 상황"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변호사 등 재야 법조계 역시 "의혹만 보면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할 사람이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받았다"는 평이 많다. 한 원로 변호사는 "하다하다 저런 사람을…"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정치권에서는 '양파남', '최고불량'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여줬다. 국회는 진통을 거듭하며 임명동의안 결정이 예정된 16일을 넘길 모양이다.
 
이정도 형국이라면 김 후보자는 용단을 내려야 해야 한다. 신영철 대법관처럼 버티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대법관으로 임명된다고 해도 어느 때든 다시 의혹이 불거져 진상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헌법상 최고법관인 대법관으로서 그런 치욕은 없을 것이다.
 
안 대법관은 지난 10일 퇴임하면서 후배검사들에게 "하늘이 무너져도 원칙을 지켜야한다"고 강조했다. 안 대법관의 당부는 후배검사들을 대상으로 남긴 것이지만 검사출신의 후임 대법관을 염두에 둔 말로도 읽힌다.
 
김 후보자는 안 대법관의 당부에 대한 숙고와 함께 초심으로 돌아가 검사들이 임용될 때 소리높여 외친다는 검사 선서를 곱씹어봐야 한다.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있는 검사, 자신에게 더 엄격한 바른 검사'로서 용퇴하는 것이 옳다. 그것이 20여년간 검사로서 봉직해 온 그가 검사로서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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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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