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영택기자] 전세계 컨테이너 시장에서 유럽 대형선사들의 시장 장악력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기선 시장에서 유럽 선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1995년 33%에서 올해 1월 현재 50%까지 높아졌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는 16일 유럽의 머스크(Maersk), MSC, CMA CGM, 하팍로이드(Hapag-Lloyd), Hamburg Sud 등 5개 선사의 선박량 합계는 706만TEU로 전체의 약 53%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전세계 기간항로를 운항하는 선박의 절반 이상이 유럽 선사들인 셈이다. 이들 유럽 5대 해운 선사의 항로 운임은 약 500억 달러(약 58조) 이상으로 점쳐진다.
◇세계 정기선사 운임수입 현황.
◇유럽 선사 성장배경은 M&A와 선박대형화
이처럼 유럽 선사들이 몸집을 키울 수 있었던 건 인수합병(M&A) 덕분이다.
실제로 지난 1993년부터 2007년까지 전세계 해운시장에서 인수합병은 45건으로 3건을 제외하고 모두 유럽 선사들이 직·간접적으로 인수합병에 참여했다.
최근 1만TEU급 초대형선을 집중적으로 발주하면서 다른 선사와의 격차를 더욱 벌이고 있다.
◇글로벌 물류시장까지 점유 확대
문제는 이들 선사들이 세계 주요 항만에 터미널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해상 네트워크’뿐만 아니라 ‘터미널 네트워크’까지 장악함으로써 강력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머스크(Maersk)는 전세계 55개 지역에 항만터미널을 보유하고 있으며, MSC와 CMA CGM도 각각 25개와 19개 지역에 터미널을 운영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상 및 터미널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세계 물류에서 유럽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아시아 공장에서 주로 생산된 화물을 유럽과 미주로 해상운송하고, 다시 각 지역 항만에 싣고 내리는 작업도 도맡아 하기 때문에 이들의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선사는 시장점유율 감소
우리나라 대표적인 글로벌 선사인 한진해운(9위)과 현대상선(18위)은 유럽선사에 비해 선박과 초대형선 보유에서 상대적으로 열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95년 우리나라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선박량은 각각 9만2000TEU와 5만9000TEU로 당시 1위인 Sea-land의 선박량과 비교할 때 47%와 30%를 차지했다.
하지만 올해 1월 현재 세계 1위 머스크 에 비해 각각 19%와 1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7년 동안 상위권 선사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상황이 더욱 안 좋은 것은 중국 선사들이 자국 화물과 국영기업이란 이점을 안고 화물을 독점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글로벌 선사들이 유럽선사와 중국선사 사이에서 ‘넛 크레커(nut-cracker)’ 상황에 빠진 상황이다.
◇M&A에 대한 관심·금융역량 키워야
이처럼 유럽과 중국 선사가 세계 컨테이너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적선사들의 생존전략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자금난에 빠진 유럽 기업들이 M&A 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다”면서 “해운물류분야도 예외가 아니다”라며 “특히 세계 해외직접투자(FDI)의 60~70%가 국경 간 M&A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부연구위원은 “정부차원에서 기존에 충분히 활용되지 않고 있는 국제물류투자펀드 등 자금 활용도를 크게 높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면서 “M&A에 취약한 경험과 부정적 인식을 타개할 수 있는 기업가들의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