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를말한다!)유종일 "문제는 재벌총수!"

(특별기획)②"황제식 경영 대신 전문경영체제 도입해야"

입력 : 2012-07-17 오후 3:34:49
[뉴스토마토 김기성·황민규기자] “1%의 지분으로 조직을 좌지우지하며 자기이익을 극대화하는 재벌 경영이 아니라, 능력이 검증된 전문경영인이 대기업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것, 그게 바로 경제민주화다.”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의 주장이다. 경제민주화 이슈의 '아이콘'으로 지난 4년간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날선 비판을 쏟아낸 유 교수는 현재까지도 해당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학자 중 한 명이다.
 
유 교수가 강조하는 경제민주화의 가장 큰 3원칙은 ‘법 앞에 평등’, ‘경제적 합리성의 원칙’, ‘공정경쟁의 원칙’으로 압축된다.
 
첫번째 원칙인 ‘법 앞의 평등’은 아직까지도 공공연하게 재벌총수 일가에 대해 ‘무전유죄 유전무죄’식인 검찰, 또 이를 용인하는 우리 사회의 비민주적 행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적 합리성의 원칙’은 전자제품, 자동차를 만드는 대기업이 동네 빵집을 운영하는 희극 같은 현실에 '상식'을 요구하며, ‘공정경쟁의 원칙’은 시장의 가장 기초적인 기능조차 작동하지 않는 독과점 구도를 정조준한다.
 
유 교수는 “MB정부가 추진한 낙수효과 이론은 박정희 시대 때부터 내려온 오래된 거짓말”이라며 “국민들에게 골고루 경제성장의 혜택이 돌아갈 때 내수가 보다 튼튼해지고, 인적자본이 개발되며 혁신이 가능한 풍토가 형성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21세기 경제는 지식경제, 즉 경쟁력이 지식, 아이디어, 기술에서 나오는 시대”라고 규정하며 “지식경제의 번성을 위해 경제민주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인터뷰는 17일 오후 KDI 대학원 내 유종일 교수 연구실에서 1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다음은 유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16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내 연구실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하는 유종일 교수. 그는 이날 "불공정한 경제 시스템 전체를 바로 잡는 것이 바로 경제민주화"라고 말했다.
 
-가히 '경제민주화'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용어 정의부터 해보자. 경제민주화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그리고 왜 이 담론이 지금 시점에서 한국사회를 관통하는 화두가 됐는지 설명해달라.
 
▲경제민주화를 추상적으로 정의하면 복잡하다. 한국경제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국민소득이 2만5000달러에 이른다. 특히 대기업의 영업이익은 매번 발표될 때마다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 국민들, 특히 서민들은 점점 살기가 힘들어진다. 이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그동안 역대 정부들이 “중소기업을 키운다”, “동반성장 한다”고 주장했지만 실패했다. 그래서 들여다보니 경제시스템 자체가 너무나 한쪽으로 집중돼 있고, 기회가 골고루 돌아가지 못하며, 경쟁이 불공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즉 시스템 전체가 잘못돼 있다는 것이다. 이를 바로잡는 게 경제민주화다.
 
-근원적인 개혁이 불가피한데, 재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지배구조로 들어가면 더 복잡한데, 과연 이것이 실천 가능한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가능한가, 불가능한가를 떠나서 한국경제가 앞으로 건강하게 발전해 나가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할 필수 과목이다. 선택과목이 아니다. 충분히 가능하다. 사람이 만든 문제는 사람이 해결할 수 있다. 단 경제민주화라는 것은 경제시스템 전체를 공평하게 만들고 기회를 균등하게 만드는 것, 그리고 공정경쟁과 분배정의를 세우자는 것이다. 그 대목에서 해야 할 일이 많다. 노동시장, 금융시장, 조세정의 등을 바로 잡아야 한다.
 
재벌개혁이 중심적인 화두로 떠오른 건 두 가지 이유에서다. 우선 재벌개혁이 그만큼 경제민주화의 핵심적인 과제라는 점이다. 그런데 재벌이 “우리 너무 괴롭히는 거 아니냐”며 반대하다보니 충돌하는 지점이 부각된다. 그래서 (부정적인) 얘기가 많이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재벌의 힘이 강력하다고 해서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사실 따지고 보면 재벌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개혁은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의 강한 추진의지도 필요하다. 또 사회적인 공감대를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말했다. '권력은 시장, 즉 자본으로 넘어갔다'고. 동의하나.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 언론에 대한 문제를 지적할 때 이 말을 빼지 않는다. 정치권력에 대한 비판은 자유롭지만 자본, 재계, 대기업에 대한 비판은 그렇지 않다. 공론의 장을 형성해야 할 언론의 일차적 기능에서부터 재벌개혁이 막힌다. 
 
▲좋은 지적이다. 우리나라 언론은 재벌개혁에 약하다. 지금 특히 신문 시장을 보면(방송도 마찬가지지만) 광고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선진국 언론과 비교하면 비정상적으로 구독료 수입 비중이 없는 편이다. 우리나라 경제가 지나치게 재벌에 집중돼 있다 보니 소수 재벌이 광고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크다. 그렇다보니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재벌이) 상전 아닌가.
  
-지난 4·11총선 과정에서 민주통합당 경제민주화특위 위원장을 맡았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현 민주당의 경제민주화 방향을 평가한다면. 
 
▲기대와 우려가 있었다고 하는데, 기대한 건 많은 국민들이고 우려한 건 힘 가진 사람들이었다. 결국 힘 가진 사람들이 이겼다. 내가 주장한 건 경제민주화가 특정 정당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즉 정파적 과제가 아니라 역사적 과제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개발독재 시기의 산업화에서 정치민주화 시기 시장화를 추진했고, 이제 경제민주화를 통해 완전한 지식경제로 나아가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경제민주화는 역사적 과제다. 어느 당이 정권을 잡든 경제민주화를 추진해야 한다. 마침 새누리당 박근혜 전 위원장도 경제민주화를 앞세우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서로 누가 경제민주화를 잘하느냐, 경쟁하고 있다. 하지만 누가 의지, 능력, 진정성을 가지고 있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다. 정치인들이 선거철 하는 말처럼 믿기 어려운 말이 없다. 모든 정치 지도자들이 국민 앞에서 검증받아야 한다. 앞으로 구체적인 정책을 통해 생산적인 경쟁을 했으면 싶다. 나로서는 민주당 경제민주화 정책의 밑그림을 그렸기 때문에 민주당이 이를 충실히 발전시키고, 이에 걸맞는 여러 정치행위를 통해 국민 신뢰를 얻기 바란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자. 민주당 대권 구도가 짜였다. 장외 안철수 원장을 예외로 하고, 당내 대권주자들의 경제민주화를 평가하자면?
 
▲아직은 대선주자들이 경제민주화를 원론적인 수준에서만 얘기하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최근 민주당 차원에서 이해찬 대표가 재벌개혁 방안을 중심으로 구상을 밝혔다. 물론 지난 총선과정에서도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정책 공약이 있었다. 그런 내용이 기본이 된 것 같다. 아직 각 후보별로 차별화된 내용이 쟁점화 되진 않았다. 최근에 손학규 후보가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경제민주화의 궁극적인 목적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고 여유 있게 만들어야 할 경제가 지나치게 편향돼 있어 살기 팍팍해진다는 문제의식이다. 경제민주화 정신을 잘 표현했다고 본다.
 
-민주당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왜 아쉬운 게 없겠는가. 총선 전 전망은 민주당의 압승이었다. 오죽하면 당시 한나라당이 생존을 위해 이름을 바꾸고, 색깔도 바꿨다. 그런데 결국 새누리당의 승리였다. 그런 민심의 변화는 민주당에 “아직 안 되겠다”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봐야 한다. (정권을) 바꾸고 싶은데, 민주당은 아직 맡을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민주당에서 이를 새겨듣고 노력할 것으로 기대한다.
 
-공천과정에 잘 드러났지만 학자로서 냉혹한 정치, 정파 논리에 당했다는 게 중론이다. 향후 대선에 기여할 여지는 있나.
 
▲특정 후보 캠프에 참여하는 건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 현실 참여를 지향하는 학자로서, 필요할 땐 뛰어들 수 있다. 앞으로 어떤 역할이 요구되고, 내가 이를 잘 수행할 수 있다면 마다하지 않는다. 대선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한다기 보다 경제민주화를 향해 우리사회가 잘나가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해보겠다.
 
◇"박근혜식 경제민주화를 신뢰하기 어려운 이유는 시류에 맞춘 정치적 포석이기 때문이다. 재벌 지배구조에 대한 접근 없이는 공정한 시장 경제를 만들기 힘들다."
 
-새누리당도 경제민주화를 말한다. 다소 아이러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도층의 표심공략, 어젠다 선점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 밑바탕에는 김종인이라는 상징성 있는 인물이 버티고 있다. 새누리당, 다시 말해 박근혜표 경제민주화는 어떻게 평가하나. 
 
▲박근혜가 정치적으로 굉장히 잘하고 있는 거다. 경제민주화도 그렇지만 그 이전에는 복지를 얘기했다. “내 아버지의 꿈이 복지국가였다”며 전향적 입장을 취했다. 과거 한나라당 시절에는 “사회주의다, 포퓰리즘이다” 했었던 사안들이다. 또 김종인 박사라는 경제민주화의 상징적인 인물을 영입해 야당의 이슈를 무력화 시켰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재벌이나 기득권층으로부터 표를 잃을 것인가. 그것도 잃기 싫어서 “내부적으로는 이 편도 있고 저 편도 있다”며 서로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포지셔닝을 잘하는 것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신뢰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정치적인 포지셔닝이지, 그동안 박근혜의 삶과 철학, 정치 행태 속에서 녹아나는 경제민주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시류에 비춰 봤을 때 거기에 맞춘 정치적 포석처럼 보인다. 그래서 일전에도 자연산 경제민주화와 성형 경제민주화를 구분해야 한다고 말한 거다.
 
-김종인의 힘이 최후까지 관철될까. 
 
▲김종인 박사를 존경한다. 그 분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 분이 박근혜의 진정성에 대해 인정하는 부분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현실은 다르다. 나도 쓰라린 경험을 했지만, 정치는 필요에 따라 이 말하고 저 말하는 식으로 바뀌는 거다. 전체 집권 세력의 흐름이 중요하다. 과연 정치세력의 성격상 얼마나 철저하게 경제민주화를 할 수 있겠는가, 나로서는 회의가 든다. 김종인이 성공하기를 바라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반대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많다. 또 삼성 비서실장 출신, 전경련 부회장 출신인 현병관을 영입했다. 이런걸 보면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쉽지 않을 거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여야의 방향성은 사실상 지난 4·11 총선 때부터 엇갈렸다. 새누리당이 공정한 시장질서 복원에 초점을 맞췄다면, 민주당은 재벌개혁에 방점을 찍었다.  
 
▲공정한 시장경제를 만들자는 것이 기본원칙이다. 이걸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피상적으로 '대증요법'에 의한 접근을 할 수도 있다. 그 많은 불공정의 뿌리를 보면 재벌들의 문제가 매우 본질적이다. 재벌의 경제력, 경제권력이 비대화 되어서, 기회를 독점한 불공정경쟁, 협력업체에 대해서도 고압적인 자세를 취하는 등의 문제. 재벌기업 자체가 건강하고 경쟁력 있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지배구조를 바꿔야 한다. 새누리당은 전통적 지지기반이고 이해관계를 첨예하게 건드리기 때문에 피하고 싶어 한다.
 
-재벌의 논리도 일정 부분 납득이 가는 대목이 있다. 현 국가경제 시스템, 부의 편중 등은 산업화 시대의 산물이라는 주장이다. 이런 기형적 구조에서 지배구조 개선은 자칫 기업 경쟁력을 깎아내릴 수 있다. 재계가 지배구조와 관련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면서 "하향 평준화를 하자는 것이냐"고 반박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좋은 지적이다. 국민들이 항상 그 논리에 속았다. 재벌이 그래도 경제 대표선수 아니냐. 국제무대에 나가서, 세계무대에 나가서 경쟁하고 승리할 수 있도록 우리가 뒷받침해야 하는 거 아니냐. 그런데 자꾸 재벌개혁 외치면서 발목 잡는 건 아니냐.
 
그런데 여기에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로 재벌의 성장이 순수한 그들의 경영성과는 아니라는 점이다.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과 국민희생이 뒤따랐다. 지금 대기업은 세계시장에서 돈을 많이 벌어오면서 국내에는 돈이 돌게 하지 않는다. 자기들 포켓에만 들어있다. 협력업체나 종업원, 지역사회, 세금을 통해 국가에 가는 부분이 많아야 하는데 점점 줄어든다.
 
더 본질적인 건, 재벌개혁이 대기업의 경쟁력을 깎아내리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기업 경쟁력을 더 강화하자는 거다. 경영능력이 우수한 사람이 그 기업의 핵심역량에 집중할 수 있게끔 돕자는 것이다.
 
현실의 재벌경영은 총수가 전제적으로 지배하는 체제다. 일전 공정위에서도 발표했지만 총수일가 지분이 1%도 채 되지 않는다. 이게 무슨 얘기냐면, 회사가 말하자면 그들의 소유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권력을 손에 쥐고 있다. 그러니 회사를 좌지우지하며 개인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간다. 따라서 잊을만 하면 재벌 총수의 천문학적인 금액 횡령, 쉽게 말해 '도둑질'이 나오는 거다.
 
이것이 회사 발전을 위해 좋을까? 물론 나쁘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는 골목상권 침해 같은 문제가 왜 나오는 걸까? 미래를 보고 회사를 키우려면 국제시장에서 기술, 마케팅, 혁신경쟁을 해야 한다. 총수일가의 이익을 위해 경영되기 때문에 3세, 4세 경영으로 넘어가면서 챙겨줄 게 많은 거다. 총수에 의해 경영이 왜곡되는 것이다. 전문경영인제로 가야 한다.
 
추가적으로 하나 더 말하자면 총수가 2, 3세에게 경영권을 세습하는 문제에 있어서, 애초에 기업을 키운 창업주들은 경영능력이 입증된 사람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 어떤 형태든 인정이 된 셈이다. 하지만 경영능력이 유전되는 건 아니다. 경영권이 왜 상속되어야 하는가. 다들 경영권 세습에 있어 성공한 기업만 생각하는데, (그 경영권 상속 과정에서) 없어진 기업도 많다. 2세가 회사를 ‘말아 먹은’ 것이다. 이는 국민경제에도 위협이다. 결국 경제민주화는 기업을 살리고, 튼튼히 하자는 것이다.
 
-재계 서열 1위 삼성전자를 예로 들어보자. 오너경영의 리스크도 있지만 오너경영 체제에 따른 성과들도 있었다. 위기에 대한 신속하고 발빠른 의사결정 등 장점에 대한 우호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우선 오너경영이라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오너가 아니다. 다단계 출자, 즉 순환출자를 통해 기형적인 지배구조가 형성돼 있는 거다. 1% 지분이 어떻게 오너가 될 수 있나? 그 질문은 내부자본 시장에 대한 얘기다. 그룹 경영을 하다 보니 뭔가 도전적인 투자를 과감히 할 때 그것이 금융기관이나 자본시장에 의존하면, 위험 회피 등의 이유로 자금조달이 시간도 걸리고 어려울 수도 있다. 그룹 내부에서 이익 나는 기업들이 밀어주고 보증해주면 과감한 투자가 가능했었단 얘기다.
 
여기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그렇게 하다가 실패한 사례도 많다는 점이다. 삼성자동차는 어떻게 말할 것인가. 결과적으로 잘된 것만 보고 얘기하면 안된다. 평균적으로 우리가 더 좋은 시스템을 갖고 있었다면 지금보다 한국경제가 더 튼튼하게 잘 나갈 수도 있다. 내가 주장하는 재벌개혁은 재벌해체가 아니다. 그룹경영이, 내부 자본시장, 시너지를 살리는 건 좋다. 그런데 이게 총수가 황제처럼 군림하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일본도 그룹을 경영한다. 합리적인 그룹경영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한국경제를 뒷받침하는 중산층, 즉 물적 토대가 무너졌다. 기업도 대기업은 잘 나가지만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은 붕괴됐다.
 
▲굉장히 취약해졌다. 지금 세계경제가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경제가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고, 유럽은 유로존 위기 등으로 심각하다. 여기에 가장 중요한 시장인 중국도 경기가 하강국면이다. 세계경제 앞날이 어둡다.
 
그리고 늘 해외 사정이 악화될 때마다 대한민국은 휘청휘청한다. 내수기반이 취약하고. 해외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외부 충격에 한국경제는 늘 난리가 난다. 리먼브라더스 사태도 미국에서 터진 거다. 유럽에서도 문제가 됐지만 세계에서 가장 돈값이 떨어지고 금융시장이 악화된 건 우리나라였다. 그런 면에서 경제민주화가 어렵다곤 하지만, 선택과목이 아니라 필수과목이다. 이렇게 계속 갈 수는 없다. 전 세계가 대전환을 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유종일 교수는 경제민주화의 가장 중요한 3원칙으로 '법 앞에 평등', ‘경제적 합리성의 원칙’, '공정거래의 원칙'을 강조한다.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제도적으로는 순환출자 금지, 금산 분리, 출자총액제한제 부활 등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춘 정책들이 제시되고 있다. 우선적으로 추구해야 할 방향이 있다면.
 
▲재벌개혁은 일관된 원칙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다. 한꺼번에 너무 큰 충격을 줘선 안된다.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상황논리에 따라서 왔다갔다 하면 안된다. 이를 위한 첫번째 원칙으로 ‘법 앞에 평등’이 중요하다. 법은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지금의 무전유죄 유전무죄. 이거 바꿔야 한다. 재벌 총수들의 범죄행위. 이 부분 제대로 처벌하지 않으면 안된다.
 
미국사례를 들면 엔론, 월드컴 회계부정 파문이 일었던 당시 해당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징역 20년, 25년 받았다. 남은 여생 감옥에서 보내라는 거다. 우리나라는 경제규모상 훨씬 더 큰 비자금, 불법로비, 금융범죄에 대해 단 한 번 실형이 없다. 모두 집행유예 또는 사면이다. 이래서는 안된다. 있는 법을 공정하게 지켜야한다. 각 당에서 제대로 강조를 안하지만 대통령의 사면권 제한한다는 건 큰 의미가 없다. 애초에 (총수들이) 감옥을 안 가니까. 실형을 살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집행유예라고 해외여행 못하나. 경영을 못하나. 다 한다. 이를 위해서는 특별경제가중처벌법을 강화해야 한다.
 
두번째 원칙은 ‘경제적 합리성의 원칙’이다. 그룹 경영을 하더라도 경제적 합리성에 맞게 하라는 거다. 자동차나 전자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빵집을 운영하는 것이 대체 무슨 시너지 효과가 있으며, 합리성이 있는가. 캐나다에서도 이런 논의가 있었고 독일학자들과도 관련된 논의를 했지만 다들 웃었다. 전문경영인 체제에서는 도대체 상상이 가지 않는다는 얘기다. 너무나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물론 내부 자본시장에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면 협력해서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건 총수의 지배를 전제로 한 전근대적인 지배구조에서 나오는 얘기다. 합리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마지막 세번째 원칙은 '공정경쟁 원칙'이다. 덩치 크고 힘 있다고 해서 함부로 하면 안된다는 이야기다.
 
-산업화 이후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우리사회가 고민해야 할 국가경제시스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부족했다. 지금의 경제민주화가 어찌보면 담론에 대한 고민의 첫걸음 같다. 그런데 여전히 정치권이나 재계에서는 성장과 분배에 대한 이분법적 논리에 갇혀 있다. MB는 여전히 낙수효과만 강조해 오지 않았나.
 
▲선성장, 후분배론은 박정희 시대 때부터 경제정책의 근간이었다. 즉 "분배는 이야기도 하지 마라. 일단 성장부터 하자. 파이를 키우는 것부터 생각해야지, 먼저 나눠먹을 생각부터 하면 안 된다"는 얘기였다. 그런데 이건 굉장한 거짓말이다. (경제가) 나눠 먹는 것이라면, 그냥 피자 한판 먹듯이 다 먹고 나면 아예 없어지는 것 아닌가. 분배는 그런게 아니다. 국민들에게 골고루 경제성장의 혜택이 돌아가고, 소비력을 키워 내수가 튼튼해지고, 인적자본이 개발되고, 혁신이 되고, 과감한 도전이 되는 거다.
 
분배를 잘 해야 공정한 경제가 되고 성장이 된다. 경제개발 초기엔 쥐어짜기만 하면 됐다. 값싼 노동력이 깔려있고, 기술은 선진국에서 베껴오면 되는 거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 단계를 이미 지났다. 3저 호황은 이미 지나쳤다. 저임금 노동력도 다 소화됐고, 선진국 기술도 어느 정도 다 베꼈다. 이제 혁신 주도의 성장을 해야 한다. 90년대에도 결국 전환을 못하고 IMF 맞은 거다. 21세기 경제는 지식경제다. 경쟁력은 결국 사람이다. 사람 머리에서 나오는 거다. 지식, 아이디어, 기술에서 오는 거다. 그게 번성하려면 경제민주화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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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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