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4%대 성장을 장담했던 올해 한국경제가 3%도 아닌 2%대의 성장에 머물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유럽위기의 장기화와 그에 따른 글로벌 경제의 침체가 우리나라 수출입 무역은 물론 내수시장에까지 적지 않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3%로 하향조정했고, 한국은행은 최근 3%까지 올해 성장전망을 크게 낮췄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올해 성장전망을 하향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16일 KDI 고위 관계자는 "오는 11월에 경제전망을 할 때 성장전망 수정도 하겠지만, 지금상황에서는 성장률 수정을 좀 앞당겨서 다시 해야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연구소들보다 성장전망에 비교적 긍정적이던 정부기관과 국책연구기관까지 잇따라 성장전망을 하향수정하게 되면서 당초 정부가 올해 재정정책의 최대 목표로 삼았던 '2013년 균형재정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경기가 나빠지면 올해와 내년도 세수입이 크게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행의 3% 성장전망은 금리인하효과와 정부가 하반기에 투입하겠다는 8조원대 미니 경기부양책을 감안한 수치여서, 사실상 올해는 2%대 성장을 각오해야하는 형국이다.
성장율이 1%포인트 하락할 경우 2조원의 세수입이 줄어든다는 게 재정학계의 평가인만큼, 당초 4%성장을 기준으로 정해진 2013년 균형재정 목표는 자연스럽게 불가능한 목표가 된다는 것.
KDI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재정건전성이 중요하다는 데에는 다들 공감하고 있지만, 균형재정을 내년에 달성할 것인지, 조금 미룰 것인지를 고민해야할 때"라고 지적했다.
정부 역시 균형재정 목표에 자신감을 잃기는 마찬가지다. 당초 예상보다 여러가지 대내외 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달 내 놓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부터 균형재정의 목소리는 쏙 들어갔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여러가지 여건이 어렵지만 내년 균형재정을 위해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2분기를 지나면서 올해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기보다 확산되는 느낌이다. 균형재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정부가 균형재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취해야할 정책 운신의 폭은 매우 좁은 상태다.
대선을 앞두고 복지지출은 늘어나는데, 세수입 여건은 갈수록 열악해 지고 있는 실정이다.
정치권이 최근 이른바 재벌개혁을 외치면서 대기업과 부자들에 대한 세금을 더 걷는 부자증세를 계획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정치이슈에 묻힐 가능성이 적지 않다.
종교인과세와 금융종합과세 등 신규세원을 발굴하더라도, 법인세수 등 덩어리가 큰 세수에는 손을 대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 폐지가 예정돼 있는 100여개에 달하는 각종 비과세감면도 국민들에게 깍아주던 세금인만큼, 선거를 앞두고 큰 변화를 주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조세연구원 관계자는 "선거를 앞둔 정치적 한계를 뛰어 넘어 올해 각종 증세안이 마련된다고 하더라도 도입 초기인점을 감안하면, 당장의 세수효과는 매우 적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과 수입이 함께 줄어들면서 흑자기조는 유지하고 있지만, 수입시 부과되는 관세 및 부가가치세와 소비할 때 거둬들여지는 부가가치세도 소비위축과 함께 세수입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국회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정부가 낙관적인 경제 및 세수전망 등을 기초로 해서 내년도 균형재정 목표를 삼았지만, 실제를 그렇지 못하고 있다"며 "내년 균형재정은 실현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